베테랑 사령탑들이 쓸쓸하게 물러났다.
박종환(76) 성남FC 감독이 선수 폭행 의혹에 휩싸여 지난 4월 지휘봉을 내려 놓은 데 이어 이차만(64) 경남FC 감독 또한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각각 7년, 15년 만에 프로 무대로 복귀한 박 감독과 이 감독은 40대가 주를 이룬 젊은 지도자들을 향해 “감독은 머리로 싸우는 것”이라며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다시 현장을 떠났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박 감독은 개막 두 달도 안 돼 옷을 벗었다. 연습 경기 도중 선수 2명을 때린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 감독은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등을 돌렸다. 결국 구단은 박 감독을 자진 사퇴로 포장해 결단을 내렸다.
이 감독은 10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마친 뒤 구단에 성적 부진의 책임을 이유로 사임 의사를 전했다. 경남은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이 감독의 사의를 반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종복 경남 대표이사는 11일 “이 감독을 만나 거취에 대한 진지한 의견을 나누고 이르면 이튿날 후속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축구에서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사령탑의 결정이 번복되는 사례는 드물다. 구단 관계자는 “후임 감독의 선임까지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령탑이 시즌 도중 물러날 때 대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 경남은 지난달 브랑코 바비치(세르비아)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한 뒤 이흥실 수석코치를 2군 감독으로 내려 보냈다.
최근 경남은 9무7패로 무려 4개월여 동안 16경기 연속으로 무승에 시달렸다. 올 시즌 성적은 2승9무9패로 승점 15를 기록,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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