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앙쓰 지음ㆍ신종욱 옮김
미다스북스ㆍ480쪽ㆍ19,800원
“조선 출신의 타고난 타고난 미녀로구나”(144쪽) 1409년 5월, 명나라 황제 주원장이 조선에서 온 미인에 빠진 모습을 중국의 고서 ‘궁사’는 그렇게 그리고 있다. ‘구중궁궐의 여인들’은 5,000년 중국사를 관능과 욕망이 쟁투를 벌인 시간으로 압축한다. 조선 미인담은 물론 극히 일부다.
반만년 중국의 역사를 관능과 욕망의 투쟁사로 치환해 놓은 책이다. 평생을 고독 속에 산 황후, 하룻밤 잠자리에 목숨을 거는 궁녀들 등 구중궁궐에 숨겨진 성 풍속도가 아찔하다. 절대 권력과 황음무도의 대명사로 여전히 회자되는 유일무이한 당나라 여황제 무측천 편은 마치 쾌락을 위한 판타지의 현현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방중서와 춘화가 유행했던 송나라, 밀교 의식에 의한 성생활이 판을 쳤던 원나라, 인쇄술 덕에 춘화가 보다 판을 쳤던 명나라 등 시대별 성 풍속도는 에두아르드 푹스의 명저 <성과 풍속의 사회사>의 동양사 버전을 대하는 것만 같다. 고대 중국의 금침을 들춰보던 저자는 “권력과 색정에 대한 욕망은 같은 뿌리”라며 일반론을 편다. 때로 그것은 끝 모르는 잔혹의 역사이기도 했다.
궁중에 사는 특수한 남성, 환관에 대한 자세한 기록도 별난 읽을거리다. 송대에 공급 과잉이 될 정도로 ‘꿈의 직업’이었던 환관들의 기묘한 일상 욕망 등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책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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