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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보는 세상](14)빨리빨리 문화도 수학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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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보는 세상](14)빨리빨리 문화도 수학의 산물

입력
2014.07.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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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로 빨리 가고 싼 물건 빨리 사고...

경제성장 이끈 빨리빨리 문화에 깃든 수리능력

최근 만난 어느 기업의 책임자는 “대학 나온 직원들의 수학 실력이 중학교 2년생 수준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불평을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는 ‘1,030+1,200+3,340+1,750+2,635+1,060=111,015’라는 데이터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보고를 한다고, 천 단위의 숫자를 6개 더했는데 합이 십만이 넘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이런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케팅이나 영업 등 언뜻 보면 수학과 무관한 듯한 분야에서도 요즈음에는 숫자에 대한 감각이 없이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지휘하기가 어렵다.

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수리 개념이 우리나라보다 더 못한 경우도 많다고 그를 위로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초고속 경제 발전에 성공했던 것은 사람들의 수리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이유를 들겠다.

한국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 물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지만, 이 문화가 경제 발전에 상당히 기여한 측면이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부지런함이 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지만, 논리적 수학적 능력이 적절한 곳에서 필요한 때에 여러 요소들을 연결해 주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령 약속시간에 맞추어 전철을 어떻게 타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물건을 싼 값에 신속하게 구할 수 있는지 등 우리는 생활의 모든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는 ‘논리적 추리와 계산’이 적절히 작동하지 못하면 아무리 부지런해도 가능하지 않다. 더불어 빨리빨리 문화도 생겨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둘째는 1960, 70년대 많은 사람들이 우수한 수학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나가 공부를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귀국해 경제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이들 대부분의 영어 실력이 짧았음에도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경우 수학 실력이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학위 논문들은 문과 이과 할 것 없이 수학이나 논리적 사고능력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수학 분야에서 분명 경쟁력이 있다. 한국의 수학 실력이 경제 발전에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과 이러한 역량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개막 하루 전인 8월 12일에는 ‘MENAO(Mathematics in Emerging Nations: Achievements and Opportunities)’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을 위해 수학을 왜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국내외 저명한 수학자와 수학 정책수립자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때 수학자였으나 ‘르네상스 캐피탈’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수학 발전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하고 있는 짐 사이먼스도 이 회의에 초대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제수학연맹은 올해 서울 대회에서 MENAO 회의를 처음 기획했다. 한국 수학이 개발도상국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될 거라는 상징적 의미도 담긴 듯하다. 실제로 ‘수학: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라는 주제의 토론도 회의 중 예정돼 있다. MENAO 회의를 계기로 다른 나라에서도 수학이 밑거름이 되어 우리나라처럼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이제 빨리빨리 문화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가치관을 얹어 폭을 넓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논리적, 수학적 사고가 여러 요소를 엮어 역동적으로 만드는 핏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고계원 아주대 수학과 교수ㆍ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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