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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보는 세상] (13)수학 꼭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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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보는 세상] (13)수학 꼭 배워야 하나

입력
2014.07.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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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헤쳐 나갈 사고능력 키워 줘야

꼭 배우고 싶은 과목으로 거듭날 것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 여주인공 포샤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 포샤가 제대로 된 신랑감을 고를 수 있는 묘안을 마련했다. 금, 은, 납으로 된 세 개의 상자를 준비하여 그 중 하나에 그녀의 초상화를 넣었고, 포샤는 초상화가 들어있는 상자를 고른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각 상자의 뚜껑 위에는 현명한 사위를 선택하기 위한 힌트들을 새겨 놓았는데, 그것을 변형해 미국의 수학자ㆍ피아노 연주자ㆍ철학자ㆍ마술사인 레이먼드 스멀리언은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위를 선택하기 위한 ‘포샤의 상자’라는 논리퍼즐을 만들었다.

퍼즐 속 금 상자에는 ‘이 상자 안에는 초상화가 들어있다’, 은 상자에는 ‘이 상자 안에는 초상화가 들어 있지 않다’, 납 상자에는 ‘금 상자에는 초상화가 들어있지 않다’라고 적혀 있었다. 포샤는 이 문구 중 “많아야 한 개가 참”이라고 구혼자들에게 설명하였다.

이러한 설정 하에서 초상화가 들어 있는 상자를 고르는 것은 효율적인 ‘경우 나누기’를 필요로 한다.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금 상자와 납 상자에 적인 글귀가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둘 중 하나가 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야 한다. 먼저 금 상자의 문구가 참이라고 가정하면 은 상자의 문구도 참이 되기 때문에 셋 중 하나만이 참이라는 조건에 위배된다. 따라서 금 상자의 문구가 거짓이고, 그 결과 납 상자의 문구가 참이 되면서 은 상자의 문구가 거짓이 되어 은 상자에 초상화가 들어 있게 된다.

아주 간단한 퍼즐 문제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수학을 잘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들인 효율적인 경우 나누기 능력과 추론 능력이 모두 사용됨을 볼 수 있다. 또한 효율적인 경우 나누기를 위해서는 통찰력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만일 통찰력을 갖추지 못해 두 문구가 서로 모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각각이 참 또는 거짓인 여덟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만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수학 문제들이 이러한 논리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문제 상황을 통찰하는 능력과 경우 나누기 능력, 추론 능력들을 기를 수 있게 된다. 학교 교육을 통해 이러한 능력들을 제대로 습득한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효율적인 경우 나누기와 적절한 추론을 필요로 하는 실생활 문제들은 만났을 때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학은 상급학교 진학에 걸맞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좋은 변별력을 제공하는 과목이라고 알려져 왔기 때문에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결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얻는 것에 무게중심이 많이 실려왔고,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러한 사고능력들을 일상에서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능력을 충분히 길러준다면 어렵더라도 수학을 꼭 배워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 학부모 수학교사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된 8월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과정 중심의 수학 교육을 실현시킬 방안을 모색할 계기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또 많은 학생들이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 참가하여 뛰어난 수학자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

김서령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ㆍ서울세계수학자대회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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