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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해 직접 증거 못 찾은 채… 김형식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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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해 직접 증거 못 찾은 채… 김형식 기소

입력
2014.07.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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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할 거니 초조해 말라" "만약 뽀록나면 넌 빠지는 거다"

팽씨와의 휴대폰 문자 추가 확보, 변호인 "부실 발표" 법정 공방 예고

김형식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 검사들이 22일 오전 서울 신정동 청사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피살된 송모씨가 생전 작성한 매일기록부를 공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형식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 검사들이 22일 오전 서울 신정동 청사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피살된 송모씨가 생전 작성한 매일기록부를 공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검찰이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67)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의원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살인지시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경규)는 살인교사 혐의로 김 의원을, 그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팽모(44)씨를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피해자 송씨는 올해 3월3일 강서구 내발산동 자신의 건물에서 손도끼로 머리를 수 차례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김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원이 송씨가 보유한 순봉빌딩 등 강서구 일대 땅을 상업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서울시의 반대로 용도변경이 무산되자 송씨가 “돈을 갚지 않으면 6ㆍ4지방선거 전에 뇌물 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고, 팽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의원이 송씨에게 5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써준 차용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날 검찰은 김 의원의 휴대폰을 복원해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 등 살인교사 혐의를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팽씨는 지난해 9월19일 김 의원에게 ‘오늘 안 되면 내일 할 거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할 거고, 어떻게든 할거니 초조해하지 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또 올해 3월8일 중국으로 도피해 있던 팽씨가 ‘만약 뽀록(들통) 나면 넌 빠지는 거다’는 문자 메시지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범행 전날 팽씨에게 5차례 전화를 걸었고, 3차례 문자를 보냈다. 범행 직후인 3월3일 오전 8시부터 사흘 후 팽씨가 중국으로 도주하지 전까지도 두 사람은 27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검찰은 팽씨가 서울 강서경찰서 유치장에서 김 의원에게 보낸 쪽지를 공개했다. 팽씨는 당시 김 의원에게 ‘네가 고인에게 얼마나 협박을 받아서 고통을 겪었는지 자세히 말하고 선처를 구하는 방법이 최선인 것 같다’ ‘내가 중국 공안에 잡혀서 구류소에 있을 때 (네가 건넨) 첫 마디가 탈출과 자살이었다. 진짜 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다 내려놓자’고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이는 앞서 김 의원이 팽씨에게 보낸 ‘미안하다’ ‘무조건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쪽지에 대한 답장이며, 살인교사의 정황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의원의 범행이 치밀했다”고 말했다. 송씨의 일정과 시간대별 동선, 살해 후 도주경로 등을 상세히 일러주면서 10년 지기인 팽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송씨와 식사를 하면서 팽씨를 몰래 불러 송씨의 얼굴을 확인시켰고, 팽씨와는 대포폰, 공중전화로만 통화해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수 차례 범행을 미뤄오다 3월2일 김 의원에게 ‘이제 끝이다. 반드시 내일 송씨를 죽여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송씨를 살해했다”는 팽씨의 증언이 구체적이면서 일관적인데다 추가 정황 증거를 확보해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황 증거일 뿐 살인을 지시한 문자 메시지나 쪽지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검찰은 김 의원 측과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의 변호를 맡은 정훈탁 변호사는 “검찰이 살인교사를 입증할 증거도 찾지 못한 채 부실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며 “공소장과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해 하나하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송씨의 비밀장부인 ‘매일기록부’에 국회의원, 구청장, 세무서장 등 정ㆍ관계 인사들의 이름과 금품 제공내역이 적힌 것과 관련,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관정)에 사건을 배당, 로비 의혹 수사에 나섰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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