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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참패 '미네이랑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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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참패 '미네이랑의 비극'

입력
2014.07.0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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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전 '마라카낭의 비극'과 닮은꼴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계속하여 골을 허용한, 브라질의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가 그라운드에 누워 어이없어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계속하여 골을 허용한, 브라질의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가 그라운드에 누워 어이없어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컵 4강전에서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5-0이라는 점수가 나왔다. 비극의 희생자는 다름아닌 '세계 최강'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9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7로 참패했다.

독일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가 전반 11분 선제골을 넣을 때만 해도 '참사'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독일은 23분부터 6분간 4번의 슈팅을 해 4골을 추가했다.

독일은 후반전에도 가차없이 2골을 더 꽂아넣었다. 브라질은 오스카르가 경기 종료 직전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이어서 그 어느때보다 우승을 향한 열망이 높았던 브라질 축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전반전 중계 카메라에 오열하는 모습이 잡힌 브라질 관객은 한 두명이 아니었다.

64년 전 '마라카낭의 비극'이 반복된 것이다.

브라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열린 첫 번째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브라질은 객관적으로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많은 참가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회를 앞두고 기권했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에서 브라질이 계속하여 골을 허용하자 브라질 축구팬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에서 브라질이 계속하여 골을 허용하자 브라질 축구팬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당시에도 남미 축구의 양강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이 대회 유치에 나섰으나 브라질에 밀린 것에 앙심을 품고 참가 자체를 포기했다.

브라질은 승승장구했다. 예선 리그에서 멕시코(4-0)와 유고슬라비아(2-0)를 완파하며 2승 1무로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했다.

결선 리그에서는 스웨덴과 스페인을 무려 7-1, 6-1이라는 점수로 무릎 꿇렸다. 이쯤 되자 줄리메컵은 벌써부터 브라질의 차지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3차전에서 브라질은 거짓말 같은 패배를 당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 확정이었으나 경기 종료 10분 전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1-2로 졌다.

당시 마라카낭 경기장에는 무려 17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차 있었다. 이중 4명의 관중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2명은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2명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브라질 전국에 조기가 게양됐고 폭동이 이어졌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에서, 1-7로 대패한 브라질의 티아고 실바(오른쪽)가 다비드 루이스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함께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의 월드컵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에서, 1-7로 대패한 브라질의 티아고 실바(오른쪽)가 다비드 루이스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함께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결승전 장소가 마라카낭 경기장으로 정해지자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마라카낭의 비극'은 브라질 축구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한쪽에서는 오히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에 이곳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 64년 전에 만들어진 '트라우마'를 지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브라질은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라카낭 경기장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준결승에서 6점차로 거꾸러졌다. 비극이나 참사를 넘어 '대재앙'이라고 할 만하다.

결국 '마라카낭의 비극'은 점차 잊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라질 축구팬의 바람과는 달리 '우승의 영광'이 아닌 '미네이랑의 비극'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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