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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군대 사고,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풀자

입력
2014.07.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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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사고로 군인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2005년 연천 GP 총기 사고, 2011년 해병대 총기 사고에 이은 대형참사다. 크게 보도되는 것 외에도 군대에서는 자살, 총기, 폭행 등의 사고가 매년 70건 이상 발생한다. 문제는 그 대책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사고와 대책의 안순환이다. 이번에도 국방부는 일찌감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했지만 ‘재탕’이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보는 시각과 접근방법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인권과 민주주의다. 군인은 병력이나 자원이기 이전에 온전한 인권을 가진 ‘제복을 입은 시민’이다. 그 동안 군인의 인권으로 주장되었던 여러 가지 목록들은 군대에서 주는 시혜적인 혜택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사건ㆍ사고가 터지면 관계당국의 대책은 으레 ‘관리’ 강화로 집중된다. 하지만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과 대우라는 대전제 없이 관리 소홀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사고와 대책이 악순환되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장병들이 호소하는 군복무의 고충은 다양하지만 그것은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싶다’라는 표현에 대부분 포섭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병영문화 개선의 총체적인 목표를 ‘군인권법’에 담아 제안해 왔다.

인권이라는 이념이 군대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군이 국가기관인 이상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당연한 것이며, 시민들을 징집해서 운영되는 군대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2000년대 중반, 민간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여 운영되었던 ‘병영문화개선 대책위원회’는 좋은 사례다. 이 위원회가 제시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자율적 생활 보장 등은 지금도 유의미한 과제들이다. 문제는 이 때 제시된 복안들이 제대로 이행되지도 못했고, 이러한 민간참여구조가 상설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민간인들과 군복무 당사자들이 상시적으로 병영문화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군 고유의 지휘명령체계를 존중하면서도 민간인과 장병들이 병영생활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내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필요한 일이다. 군 외부감시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민간참여형 부대진단이나 독일식 군사옴부즈만의 설치 등 구체적이고 완성도 높은 대안은 이미 다 마련되어 있다.

군 인사사고의 대부분이 바로 ‘일과시간 후의 병영생활’에서 기인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장병들의 고충을 청취해보면 훈련이나 근무에 불만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TV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주로 묘사하는 ‘고된 훈련’은 인사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문제는 일과시간 후에 발생한다. 많은 장병들이 ‘근무가 끝나면 진짜 군생활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참의 괴롭힘, 간부의 부당한 지시, 폭언, 폭행 등 군기사고의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원인들은 대부분 근무시간 이후의 병영생활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일상적인 병영생활을 어떻게 유지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군대의 시각에서 아무리 개선안을 마련해 봐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민과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그들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태스크포스(TF)팀 구성 논의가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간과 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사고의 원인이 되는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수년에 걸쳐 그 이행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전 인류가 합의한 기본적인 가치 (인권)로 중심을 확고하게 잡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민주주의)을 개선할 때에만 유사한 사고와 대책이 반복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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