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ㆍ강일출씨 이달 21일부터 17일 동안 LAㆍ워싱턴ㆍ뉴욕 방문
"마지막 힘내서 日의 만행 고발" 美의 대일 압박 기조에 힘 실릴 듯
위안부 할머니 2명이 이달 중순부터 17일간 미국의 주요 3개 도시를 찾는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이 같은 노력이 국제사회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3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는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는 이달 21일부터 내달 6일까지 동포사회와 현지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미국 LA, 워싱턴, 뉴욕을 잇따라 방문한다. 이전에도 할머니들이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외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고령의 할머니들이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여러 도시를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일본의 만행을 널리 알리겠다며 초청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들은 먼저 LA 인근 글렌데일시를 찾아 지난해 7월 시립 중앙도서관 앞에 세운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직접 둘러볼 계획이다. 이어 글렌데일시가 올해로 3년째를 개최하는 위안부의 날 행사에 참석해 과거 일제의 만행을 고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건립에 강한 반감을 보이며 이를 철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할머니들을 초청한 단체에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일본 측의 시도가 무력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이어 워싱턴으로 이동해 2007년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의원과 의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결의안 채택 7주년 만찬에도 참석한다. 최근 미 상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하원도 일본 정부를 향해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할머니들의 방문으로 미 정가의 대일 압박기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뉴욕을 찾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와 일제의 만행을 동시에 규탄하는 자리다. 특히 할머니들의 방문에 맞춰 이번 방문을 추진한 현지 시민단체가 뉴욕시립대 홀로코스트 센터 옆에 위안부 관련 영상자료를 영구 전시하는 상영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곳을 찾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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