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 8명 첫 재판서
김필배ㆍ차남 혁기씨에
책임 전가하거나 범행 부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위해 96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측근 8명에 대한 첫 재판이 16일 열렸다. 몸통인 유씨 일가가 도피 중인 상황에서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은 “윗선 지시에 따랐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인식을 못했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이재욱)는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계열사 대표, 임원인 피고인들은 30억~210억원씩 총 96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고문료, 상표권료, 컨설팅비, 사진 값 등 명목으로 유씨 일가에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송 대표 등 일부 피고인은 “공소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검찰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 유씨 차남 혁기(44)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송 대표 측 변호인은 “김필배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피고인은 회사 직원(월급쟁이 사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측 변호인도 “회사 대표인 김필배의 지시에 의해 범행에 가담했고 피고인은 지시를 어길 위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승일(55)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측 변호인은 “유혁기 지시에 따랐던 것”이라며 청해진해운, 다판다와 순차적으로 범행을 공모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월급쟁이 사장”이라며 “김필배 지시에 따르고 회계법인의 자료를 믿었던 것으로 고의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며 “배임에 해당되는지 재판부가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나머지 이재영(62) ㈜아해 대표, 이강세(73) 전 ㈜아해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의 변호인은 증거 기록에 대한 열람과 복사 지연을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제출을 다음 공판 기일로 연기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 사실을 밝히기 전 배경 설명을 통해 유씨 일가가 어떻게 계열사 돈을 빼돌려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이진호 인천지검 검사는 “유씨 일가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헌금으로 계열사를 확장하고 전국 교회조직이 판매를 맡았다”며 “신앙과 경제생활을 일치시킨 독특한 기업문화와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이용, 막대한 소득을 올려 호화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999~2013년 세무당국에 신고된 유씨 일가 소득이 516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검사는 “주주와 사장을 신도로 구성,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유씨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김필배 대표와 김동환 이사를 통해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30일을 정식 공판기일이 아닌 준비기일로 지정하고, 다음 달 9일부터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재판을 열 예정이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