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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칼럼] 불확실성, 위험, 위기, 재난

입력
2014.06.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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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위험, 위기, 재난… 영어로는 각각 uncertainty, risk, crisis, disaster로 표현되는 네 단어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들 용어를 각각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때 우리 사회 역시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다.

불확실성과 위험을 비교해보자. 양자의 차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에 의하면 불확실성은 확률로 표시할 수 없고, 위험은 확률로 표시할 수 있다. 이 해석에 따르면 불확실성과 위험은 서로 다른 여집합 관계다. 1년 안에 중동에서 전쟁이 날지 안 날지 예측할 수 없다면 불확실성이고, 전쟁이 날 가능성을 25%의 확률로 측정할 수 있다면 위험이다. 반면 더그 허바드(Doug Hubbard)에 의하면 불확실성은 확률로 표시할 수 있는 미래상황이고, 위험은 불확실한 미래상황 중에 우리에게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이 해석을 따르면 위험은 불확실성의 부분집합이다. 1년 안에 중동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이 25%라는 불확실성에, 전쟁이 날 경우 이 지역에 10만 명의 이재민이 나오고, 유가가 2배로 올라 세계경제가 1% 후퇴하리라는 예측이 추가되면 위험이 된다.

위기는 위험(Risk)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대로 있으면 재난이 돼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최선의 위기관리는 위험예방이다. 위험에 대한 첫 번째 해석에 따라 위험의 확률적 상황을 제거하거나 축소하는 활동이다. 전쟁이 날 확률을 25%에서 0, 또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위기관리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의 반대편에 안전(safety)이라는 개념을 설정해야 한다. 우리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자연적인 재해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안전한 상황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다.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을 위기관리자, 줄여서 관리자(manager)라고 부른다. 관리자는 사전 기획능력, 현장에서의 실행능력, 사후 평가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위기를 만난 관리자는 기본적 능력을 위기라는 현장에 적용해 네 가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위기 원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점검하는 역할, 둘째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역할, 셋째 현실에서 그 원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독기능을 수행하는 역할, 넷째 구성원에게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는 역할이다.

위기관리가 잘못돼 위기가 재난이란 현실로 나타난 상황에서는 재난극복이 필요하다. 재난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극복을 담당하는 사람을 지도자(leader)라고 부른다. 지도자는 소통을 통한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 투명하고 긍정적인 가치관, 약자에 대한 배려, 정면으로 어려움에 도전하는 용기,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 등의 기본 덕목을 갖춰야 한다. 재난을 극복해야 하는 지도자는 기본 덕목에 추가해 네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재난 상황에 무한책임을 지고, 둘째 현장에서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파악하며, 셋째 부하에 앞서 솔선수범하고, 넷째 부하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재난극복의 목적은 첫째도 인명구조, 둘째도 인명구조, 셋째도 인명구조다.

지도자는 인명구조라는 핵심 목적을 달성한 다음 위험에 대한 두 번째 해석에 유념해야 한다. 위험을 피해 가능성이라고 보고,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return)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리더는 재난으로 많은 것을 잃은 직접적 피해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재난으로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된 간접적 피해자에게는 상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재난은 사회 전체, 그리고 미래 사회에도 큰 충격을 준다. 지도자는 이미 일어난 재난을 통해 얻은 배움을 토대로 위험 없는 세상을 만들어 현재와 미래의 사회 구성원에게 안전한 세상을 바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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