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직후 “신이 내린 박근혜”
사경 헤매는 DJ에 “비자금 털고 가라”
새 총리 후보자에 문창극(66)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명됐다. 언론인 출신이 총리 후보로 발탁된 게 헌정 사상 처음이라지만 그가 과거에 쓴 칼럼을 추적하면 반길 일인지 의문이다.
“역사의 신이 50대 마음 움직였다”
문 후보가 마지막으로 쓴 칼럼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25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하늘의 평화’다. 당시 박근혜 후보 당선 사실에 그는 안도하며 50대 유권자의 분전을 치하했다. “역사의 신이 나타나 50대의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다.
“반대의 결과가 되었을 때 지금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사의 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의 신은 늘 우리 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베일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만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는 베일을 뚫고 나타나는 것 같다. 마치 동화에서 수호천사가 갑자기 나타나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 주듯이 말이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대한민국을 지켜 주었던 그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 혹자는 그것을 집단지혜라고도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가 50대의 마음을 움직여 이 나라를 붙잡은 것 같다.” ☞ 전문 보기
“평창 유치 직후 이건희 눈물 감동”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기여가 컸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기업을 고깝게만 보지 말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2011년 7월 12일자 ‘이건희 회장의 눈물’에서다. 당시 이 회장은 평창 올림픽 유치 등을 이유로 2009년 12월 특별사면을 받은 터였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PYEONGCHANG 2018’이 선언되던 순간 여러 감동적인 장면이 보도됐다. 대통령을 비롯해 유치위원들이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모습, 나라를 위해 어린 나이에 큰 짐을 졌던 연아의 눈물 등은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울먹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 삼성 이 회장의 눈물에 대해 “혼자 사면을 받은 부담을 이번에 덜었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해석했다. 어찌 그것뿐이었겠는가. 나는 이 회장이 이번 활동을 하면서 나라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이 나라에 어떤 위상을 가진 회사인지 절감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소중함과 나라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느끼는 기회였을 것이다. 그런 복합된 심정이 눈물로 나타났을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라는 쾌거는 우리나라 각 분야의 보석 같은 존재들이 마음을 합하고 성심을 다해 이루어냈다. 그중에서 기업인들의 수고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에게 올망졸망한 작은 기업만 있었더라면 애초에 그런 꿈조차 꾸어보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온 나라 안에 국민적 화해운동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국민은 대기업의 필요성과 기업인들의 성취를 인정하고, 기업인들은 올림픽 유치에 쏟았던 그 열정으로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 회장의 눈물이 그런 대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전문 보기
“DJ의 MB정부 비판, 비자금 불안감 탓”
문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했던 모진 언사도 그가 소통과 화합에 적절한 인사인지 의심하게 하는 근거다. 그는 2009년 8월 4일자 ‘마지막 남은 일’에서 사경을 헤매는 김 전 대통령에게 뜬금없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못 털고 세상을 뜨게 돼 안타깝다고 얘기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불안정하다. 한때 위중하여 장례 절차까지 정부와 협의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거인이었음은 확실하다. 통일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분란의 씨앗이 되었지만 새로운 길을 모색했음은 분명히 기억될 것이다. 누구라도 죽음을 앞두게 되면 사람들은 관대해진다. 이 세상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불명예스럽게 끝나버린 대통령이 많았기 때문에 명예로운 대통령에 대한 소망은 간절하다. 그의 민주화 투쟁과 노벨 평화상 수상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그러한 공로는 모두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꼭 하나 짚고 넘어갈 문제가 남아 있다. (…)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미 FBI, 김대중 대통령 비자금 미국 내 불법 유입 혐의 내사 착수’(월간조선 2006년 9월호) ‘2001년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비자금 3000억을 조성했다’(월간조선 2007년 1월호) ‘자유수호국민운동(의장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김대중 수사 촉구 서명운동 전개’ 등을 비롯하여 아주 최근에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인터뷰’(월간조선 2009년 3월호)에서 “그들은 굶주린 이리떼처럼 20조짜리 회사를 뜯어먹었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고발이 들어와 사실관계를 알아본다’며 검찰이 특정 사안에 개입한 예를 많이 보아왔다. 이 사건의 경우 이상한 점은 이렇듯 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물론 당사자 쪽에서도 일절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검찰뿐이 아니다. 주류 언론에서조차 이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사경을 헤매는 당사자에게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짧은 시간 내에 밝혀질 문제도 아니다. 바로 얼마 전 우리는 한 명의 대통령을 불명예스럽게 떠나보냈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 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므로 장례의 격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결점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제 전적으로 가족 손에 달렸다고 본다.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에 버금갈 수 있는 깨끗한 마무리가 있어야겠다. 그가 늘 외쳤던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 전문 보기
“암 수술하듯 종북 도려냈으면 좋겠는데”
종북 세력에 대한 적개심도 과거 칼럼에서 드러난다. 2012년 6월 19일자에 게재된 ‘종북의 늪’에서다. “암 수술하듯 그 부분을 싹둑 도려냈으면 좋겠는데, 어렵다”고 한탄한다.
“종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답답하다. 암 수술하듯 그 부분을 싹둑 도려냈으면 좋겠는데 어려운 모양이다. 과거 같으면 반공법,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이 가능했을 것이다. 반공법은 폐기되고 국가보안법은 물이 되었다. 공산주의자로부터 나라를 지켜내는 데 필수적이었던 이 법들을 독재정권들이 권력 유지를 위한 억압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대표가 된 사람은 종북 비판을 매카시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매카시즘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간 것을 말하는데 스스로 친북 주사파임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게 왜 매카시즘인가. 더 큰 문제는 드러난 그들보다 훨씬 더 넓게 친북세력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암세포를 죽이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정상세포까지 건드리게 되어 결국 몸을 망친다. 근본적으로 암세포가 좋아할 환경을 만들지 말고, 영양공급을 막음으로써 스스로 쪼그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 전문 보기
채동욱 혼외자 보도한 조선일보에 상까지 줘
최근 행적도 논란거리다. 문 후보는 지난 4월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관련 보도에 2014 한국신문상을 안겼다. 사실 확인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그는 “언론이 권력자의 탈선된 사생활을 보도하려 할 때 필요한 덕목은 무엇보다 용기”라며 “조선일보 편집국은 그런 용기를 보여줬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디지털뉴스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