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17개 시ㆍ도 중 13개 곳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된 6명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결과다. 가히 ‘진보교육감 시대’라고 할 만하다.
진보교육감 대약진은 몇 가지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수 후보가 난립하면서 단일화를 이룬 진보 후보들이 어부지리를 얻은 측면이 적지 않다. 투표용지에서 기호를 없애고 선거구별로 순서를 바꾸도록 한 ‘교호순번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선거공학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드러난 결과가 너무 놀랍고 파장 또한 크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기성교육 체제에 대한 반성과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앵그리 맘’들의 표심이 학교교육 책임자들을 뽑는 선거에 적극 반영된 결과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학부모들은 인간적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성적과 경쟁에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의 실상을 인식하고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성찰하게 됐다. 이번 선거결과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무한경쟁과 수월성 위주의 교육정책을 바꿔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현재 학교 공교육은 빈사상태에 놓여 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면서 학교 현장은 황폐화하고 있다.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 확대 정책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일반고는 설 자리를 잃었다. 오로지 성적과 대학입시에만 매달려 창의력 향상이나 전인 교육은 아예 그 의미조차 생소해졌다. 진보교육감 시대는 쓰러진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의 기본적인 가치에 충실해지는 일대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진보교육감 후보들은 선거에 앞서 입시고통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학생 안전 및 건강권 보장, 교육비리 척결 등의 공동공약을 발표했다. 말뿐이 아니라 이런 약속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압승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교육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와 중앙정부와 진보교육감이 있는 시ㆍ도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 무상 급식 등 교육복지 확대와 같이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정책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현장에서 이념편향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의 중립성과 공공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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