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등 12명 모임… 집단 자위권 비난
일본의 헌법학자, 외교안보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국민안보법제간담회’가 28일 결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헌법 해석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 해석변경 논리를 제공하는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아베 총리와 그의 사적 자문기관 ‘안보법제간담회’가 “헌법을 하이재킹했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비현실적인 논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는 일본 정부의 헌법해석을 담당하는 내각법제국 장관을 지낸 두 전문가가 잇따라 발표에 나섰다. 사카타 마사히로(阪田雅裕) 전 장관은 “기존 헌법해석은 이미 국민들에게 정착돼있는데도 (특정) 정권이 이를 쉽게 변경하는 것은 입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폭넓은 논의를 통해 결과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모리 마마스케(大森政輔) 전 장관도 “(일본 정부는) 헌법 9조에 근거, 집단적 자위권은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을 지금까지 이어왔다”며 “안보법제간담회가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는 것은 입헌주의가 무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이 제시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사례에 대한 전직 외교관의 비판도 이어졌다.
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 전 외무성국제정보국장은 분쟁지역에서 일본인을 싣고 피난하는 미국 함선이 공격을 받아도 현 헌법해석으로는 방어할 수 없다는 아베 총리의 설명에 “미국의 항공기나 함대를 도우러 오는 것은 어느 나라 대사관에서도 염두에 두지 않는 시나리오”라며 집단적 자위권과 무관하다는 견해를 냈다.
이세가키 겐지(伊勢崎賢治) 도쿄외대대학원 교수는 “유엔 평화유지군(PKO)이나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중인 일본인을 자위대가 돕는다는 정부측 사례도 현실성이 없다”며 “유엔 부대는 현지에서 일하는 민간인을 정당방위 형태로 국적을 구분하지 않고 경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엔군이 일본인을 보호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자위대가 외국에 파견 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헌법학 전문가인 고바야시 세쓰(小林節)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헌법9조는 해외파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해석변경으로 자위대가 미군의 보조역으로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의 소유인 헌법을 아베 총리가 도둑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변호사 이토 마코토(伊藤?)는 “국민의 충분한 논의도 없이 나라의 형태를 바꾸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국민이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안보법제간담회 관계자는 “헌법 전문가가 단 한명만 참가한 총리의 간담회에 비해 많은 전문가들이 참가하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올 여름께 헌법 해석에 대한 새로운 보고서를 정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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