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성 칼럼]

‘49% 배제’ 계속되면, 불만은 증오와 저항으로 전이

향후 인사 ‘51% 통치’ 조언한 참모부터 바꿔야

선거는 어렵다. 선거에서 51%만 얻으면 무조건 이기고, 다자 대결에서는 30%대 득표로도 승리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통치는 더 어렵다. 51% 지지를 확보해도 순탄치 않다. 나머지 49%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립 이유를 생각하고, 역사의 평가를 의식한다면 49%를 버릴 수는 없다. 51%는 물론 49%도 안고 가는 것이 훌륭한 통치의 기본 조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표는 찍지 않고서, 요구하는 것은 많고,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면, 포용하거나 화합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 때 권력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라를 위해 이렇게 애를 쓰는데, 힘은 우리에게 있는데, 무작정 저항하는 저들을 꼭 껴안아야 하는가, 차라리 배제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는가라고. 그런 상황에서 선거가 다가오면, 일단 51%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된다.

이와는 달리 명분에 경도돼 49%만 너무 의식하다가 지지세력 51%의 분열과 약화를 초래한 정치사적 경험도 있다. 참여정부가 집권기간 내내 흔들린 것은 그런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의 한 핵심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의 변방에서 민주와 평등, 정의라는 가치만으로 권력을 쟁취한 인생역정처럼 통치도 그렇게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술회했다. 그가 꼽은 순진함의 대표적 사례는 검찰에 대한 통제력을 놓은 것이었다. 검찰, 국정원 등을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인정하면 민주성이 높아질 것으로 믿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그들의 칼날이 거꾸로 대통령과 핵심들을 향해 통치력의 약화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51% 통치는 욕망과 불안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사정기관, 정보기관, 행정기관을 장악한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인사, 예산, 정책 등의 수단을 갖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물, 집단, 지역에 불이익을 주거나 냉대하고, 그 반대로 순응하는 쪽에 이익을 줄 수 있다. 헌법상 5년 임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일반 국민은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를 움직이는 세력들은 외견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권력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권력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잃거나 얻는 게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면, 이득 쪽으로 기우는 게 인지상정이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기업 오너나 고위 임원들, 고위 공무원들, 군 장성들, 검찰 간부들이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51%의 통치는 옳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집권 초반이 지나 인사가 대부분 이루어지고 정책의 방향이 가닥을 잡으면, 기대감을 갖게 할 자리나 재원은 그리 많이 남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49%의 불안을 유발시키는 압박도 계속 유효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49%가 지금까지 배제된 것은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만은 증오나 저항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정국이 그 기로다. 어쩌면 이미 49%의 소외감이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힘으로 통제할 수 있을까. 결코 가능하지 않다. 엄혹한 권위주의 체제도 민주화의 흐름에 손을 들었다. 절차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 27년이나 지난 지금, 그런 시도는 오히려 권력에 치명적 내상을 입힐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49%를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인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그 중 가장 실질적이고도 상징적인 게 인사다. 영남 출신만 쓰고, 검찰 출신을 중용하고, 굳이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를 청와대로 불러오는 것은 배제의 극한적 표현이다. 이런 편협한 인사가 이루어져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권력 내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징후다. 권력의 핵심 포스트에 51%의 통치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매우 우려스럽다. 대통령에도, 나라의 장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이루어질 인사에서 51%의 통치를 조언하거나 동조한 사람부터 배제해야 한다. 대통령이 참모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참모가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

부사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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