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식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데…, 바다가 원망스럽네요.”
세월호 참사 40일째인 2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나흘이 지나도록 실종자 구조 소식은 전해지지 않자 체육관 곳곳의 가족들 입에선 짙은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4층 중앙 통로에서 안산 단원고 여학생 시신 1구가 수습된 21일 이후로 들리는 소식은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표정엔 두려움과 침통함이 가득했다. 까칠한 얼굴로 연신 담배를 피우던 한 실종자 아버지는 “수색작업에 유리한 소조기라 크게 기대했지만 들려오는 소식이 없다”며 “이러다 자식 뼈도 못 찾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5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범대본)에 따르면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지난 23일 소조기가 시작된 이후 정조 시간 총 10번 가운데 4번의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범대본은 소조기지만 예상보다 빠른 조류속도로 수색작업이 더디다고 설명했다. 24일만 해도 강한 유속 탓에 오후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수색 작업만 이뤄졌다.
갑작스런 기상악화는 강한 유속의 바다에서의 수색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25일 사고해역에는 오후 1시 풍랑주의보가 발효, 최고 초속 14m의 바람과 2.5m의 높은 파고가 일었다. 기상청은 사고 해역에 내일 오전까지 강한 바람과 높은 파고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범대본에 따르면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5일 100여명의 잠수사를 동원, 4층 선수의 좌현 격실과 3층 주방, 4층 중앙에 있는 남자 화장실 등을 집중적으로 수색할 계획이었지만 기상악화로 실패했다. 민간 바지(DS-1)는 기상악화를 대비, 전날 오후 3시 20분쯤 서거차도로 피항했으며 언딘 바지는 최소 인력만 남긴 채 사고해역에서 대기 중인 상태다. 수색작업 중이던 민간 잠수사들과 의료진 등은 인근 팽목항으로 대피했다. 고 대변인은 “기상이 좋아지는 대로 잠수사들을 바로 복귀시킬 계획이지만 수색 재개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대본은 계속되는 수색 난항 타개책으로 ‘무인로봇’ 원격수중탐색장비(ROV) 재투입을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ROV 투입은 4월 21일 선체투입 실패 후 한 달 만이다. 범대본 관계자는 “수색구조 지원 장비ㆍ기술 연구 전담반(TF)이 24일 수색 현장 바지선에 찾아가 잠수사들과 협의해 정조기 이후 ROV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투입이 거센 조류 탓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반영, “관측함과 무인 로봇 본체를 잇는 6mm 굵기의 조종케이블을 두꺼운 고무호스로 감싸서 조류의 영향을 최소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범대본은 장애물로 수색이 어려운 구역의 선체 외판 일부를 절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범대본 관계자는 “이 작업을 위해선 다른 구역의 잠수 수색을 중단해야 한다”며 “수색 효율성을 위해선 잠수 수색이 더 이상 불가능할 때 고려해야 하지만 가족들이 원한다면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범대본은 또 실종자 가족 요구 시 민간 잠수사를 추가 확보해 지원하고, 바지선에 의사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편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25일 오전 범대본이 설치된 진도군청을 찾아 더딘 수색작업에 항의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선체 붕괴가 심하고, 선내 장애물이 많아 잠수사의 선내 진입도 쉽지 않은 상태”라는 범대본의 설명에 “선체 붕괴 대비책 세우라고 했던 때가 무려 3주 전”이라며 “이제껏 대책도 하나 못 세우고 뭐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도=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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