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은행 안 가고 돈 빌린다… 신금융 ‘황금알’ 낳다
알림

은행 안 가고 돈 빌린다… 신금융 ‘황금알’ 낳다

입력
2014.05.23 21:52
0 0

온라인 매개로 한 개인 간 대출

2005년 영국서 첫 등장 후 폭풍성장

대출자들에겐 저금리 장점

투자자들에겐 고수익 매력

채무불이행 위험불구 피해 분산

각국 보호장치 강화로 안전성 높여

국내 10여개 있지만 초보단계

일러스트 김경진기자jinji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jinjin@hk.co.kr

P2P 대출 개념도/2014-05-23(한국일보)
P2P 대출 개념도/2014-05-23(한국일보)

작년 5월 세계적 검색 포털인 구글은 2007년 설립된 렌딩클럽(lendingclub.com)이라는 인터넷 업체에 1억2,500만달러(1,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했다. 렌딩클럽은 온라인을 매개로 한 개인간 대출(Peer to Peer lendingㆍP2P대출) 기업. 구글이 이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매년 10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렌딩클럽은 지난 1분기까지 누적으로 40억3,421만달러(4조1,350억원)를 29만6,879명에게 대출해줬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수익만도 3억7,913만달러(3,884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기업공개(IPO)까지 예정되면서 성장성에 추진력을 붙인다는 계획.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렌딩클럽의 기업가치를 37억6,000만달러(3조8,558억원)로 추산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P2P 대출의 성장세가 무섭다.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개인간 대출시장이 대안금융(Alternative finance),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소셜펀딩(Social funding)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유럽 전역과 미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것. 유럽과 미국은 이미 법제화가 완료되면서 개인과 기업에 대한 투자가 해마다 2배 이상 급증하는 상황. 반면 우리나라는 2007년에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P2P 대출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인식부족과 법안 미비 등으로 세계시장의 성장세와 보폭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P2P 대출의 시작, 영국의 조파닷컴

시작은 2005년 영국 런던의 금융인 5명이 시작한 조파(uk.zopa.com)다. ‘빌릴 사람과 빌려줄 사람이 있는 곳에서 시장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은행이 없어도 돈을 대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빌리려는 사람이 대출 용도, 액수 빌리는 사연, 상환방법과 이자 등을 중개 사이트에 올리면 투자자들이 경매 방식으로 투자액을 결정하고 액수에 이르면 낙찰, 돈이 지급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은행이나 대출중개인을 거치지 않아 서민들에게는 비교적 낮은 금리(카드론보다 연 4%포인트 정도)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시장을, 투자자들에게는 은행금리보다 높은(연 10% 안팎)안정적인 수익처를 제공했다.

새로운 금융의 등장에 영국 서민들은 열광했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2,000만파운드(34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설립 10년째인 올해까지 조파는 누적 대출액으로는 5억3,500만파운드(9,191억원)를 기록했다. 투자회원 5만명이 8만여명에게 대출해준 것으로 지금까지 조파의 투자회원이 거둬간 이자만도 2,800만파운드(481억원)다.

▦금융위기 이후 신금융으로 급부상..

2025년 쯤이면 연 1조달러 수준

조파가 도입한 P2P 대출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저금리 기조를 틈타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몰려들었다. 업체들은 개인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로 영역을 확장했다. 작년 10월 영국의 금융행위규제기관(FCA)가 검사를 실행한 P2P 업체는 21곳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조파를 필두로 업계 상위 8개사가 모인 P2P금융협회(P2PFA)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회원사의 대출규모는 12억720만파운드(2조773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0년말(1억1,300만파운드)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대서양 맞은편 미국에서는 더 큰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언론들은 작년 미국 전체 P2P 대출의 98%를 차지하는 렌딩클럽과 프라스퍼(prosper.com)의 대출규모가 작년 한해만 24억달러(2조4,5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P2P 대출 업계 전문 사이트인 렌드아카데미는 현재와 같은 성장세로 추산할 때 올해는 51억달러(5조2,111억)의 신규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벤처투자회사인 파운데이션캐피탈은 “이런 성장세를 봤을 때 P2P 대출 규모는 2025년쯤이면 영미 지역에서만 매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P2P 대출이 급팽창한 상황. FT에 따르면 2009년 3,000만달러(318억원)에 불과하던 중국의 P2P 대출 규모는 2012년 9억4,000만달러(9,973억원)로 급성장했으며 2015년에는 78억달러(8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화되는 투자자보호조치

P2P 대출은 대출을 원하는 저신용, 서민 혹은 신생기업이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대출 이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한 사람이 원하는 소액의 대출금을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빌려주는 구조여서 피해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대출자가 올리는 상환계획, 이자율, 개인사연 등의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이들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또한 채권자와 채무자를 직접 인터넷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든 점도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그림자금융 확대 배후로 1,000여개 안팎에 달하는 P2P 대출 업체를 꼽고 규제책 논의에 들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P2P 대출을 법제화하고 감독은 물론 투자자보호도 강화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2008년부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서 P2P 대출 중개업을 감독하고 있다. 또 2010년 소비자금융 활성화를 위해 P2P 대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대출 상환 약속)의 제3자간 거래를 법으로 허용했다. 개인이 대출한 내역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은 또 기업형 P2P 대출과 관련한 일명 ‘잡스법’을 통해 ‘연소득 10만달러 이하의 개인이 투자할 경우 2,000달러 이하 혹은 소득의 5% 이내’의 연간 투자 금액을 정하는 등 투자자보호조치를 마련했다.

영국 역시 2013년 2월 재무담당국(FSA)이 투자플랫폼으로써 P2P 대출을 승인해 투자자는 전체 투자규모의 10%이상 투자할 수 없음을 규제하는 한편, 첫 투자 시 이익의 50% 세금감면, 피해금액 보전 등의 장치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P2P 대출은 걸음마 수준

우리나라 P2P 대출 업체는 10여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업계 1, 2위인 머니옥션과 팝펀딩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도 비교적 초기인 2007년에 국내에서 대출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머니옥션과 팝펀딩의 누적 대출액은 각각 294억원과 42억원에 불과한 상황. 기업대출까지 포함한 것인데도 이 정도에 그친다. 전체 시장규모는 500억원대 안팎에 머무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P2P 대출이 저조한 것은 시장크기가 작은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업체의 지위가 모호해 투자자가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도 없기 때문이라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머니옥션의 경우 대부업으로, 팝펀딩은 통신판매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업체는 대부업의 이자 상한선에 대한 규제를 받고, 투자자들은 사인간 금전거래에 적용되는 세금규제를 받는 실정이다. 머니옥션 관계자는 “사실상 투자임에도 이익에 대한 세금은 이자소득세율인 15.4%를 적용받지 못하고 비영업대금 이익에 대한 세율인 27.5%를 적용받아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크라우드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기업형 투자인 P2P펀딩(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라도 통과될 경우 시장규모는 8,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창업ㆍ벤처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위한 P2P펀딩 제도 도입안은 작년 6월 국회에 계류된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표류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도 P2P 대출의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된다면, 이를 이용한 투자 및 자금조달의 다양화 등 새로운 금융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