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참모총장 “총리 겸임”여야 인사 130여명 소환
“민간정부로 조속 전환을”국제사회, 군부 강력 비판
쿠데타로 전권을 장악한 태국 군부는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을 사실상의 계엄사령부인 국가평화질서유지평의회 의장으로 임명하고 총리 권한을 부여했다. 군부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장관들, 친정부 시위대 지도부를 포함한 여야 인사 130여명에게 소환을 명령해 23일 출두한 잉락 전 총리 등을 구속했다.
소환 통보를 받은 사람은 잉락 전 총리와 최근 잉락 실각 이후 임명된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총리 대행, 잉락의 언니와 형부인 솜차이 전 총리 부부, 탁신파 최대 정당 태국공헌당 의원들을 비롯해 군인, 경찰도 들어 있다. 탁신 친인척을 포함해 대부분이 친탁신 세력들이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행방이 묘연했던 잉락은 이 명령에 따라 23일 방콕의 군 시설에 출두해 바로 구속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탁신 일가는 반탁신 세력의 요구대로 정치에서 손을 떼는 조건으로 자신에 대한 사면, 잉락 전 총리 등 일가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재산 보전 등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국제사회는 태국 군부의 쿠데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제재 방안 검토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기타 국제ㆍ지역 원조 프로그램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현재 진행중인 합동군사훈련 ‘카라트’(CARAT)를 포함한 양국 군사 협력관계를 재검토 중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조속한 민간정부 전환을 요구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도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프라윳 총장은 이 같은 국제 여론과 친탁신 세력의 반발 등을 의식해 조만간 상원 임명 절차를 통한 총리 대행 임명 등 민정 이양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늘 그랬던 것처럼 푸미폰 국왕에 쿠데타를 보고해 추인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가 장악한 태국 TV는 이틀째 정규방송이 중단된 채 음악만 흐르고 가끔 군 대변인이 등장해 평의회 발표를 전달하고 있다. 태국 시민들은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금에 따라 귀가를 서둘렀다. 관광객들도 저녁에는 숙소에 갇힌 상태다.
하지만 하도 쿠데타가 잦았던 탓에 방콕 시민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한 젊은 여성은 “갈등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끼어들어 이를 끝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오히려 반기며 군인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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