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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Cover Story] IMF 때 토종 5대 종묘사 중 4곳 외국계로 넘어가… 기술까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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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Cover Story] IMF 때 토종 5대 종묘사 중 4곳 외국계로 넘어가… 기술까지 유출

입력
2014.05.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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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다국적 종자회사들에게 잠식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무렵. 토종 종자회사들이 하나 둘 경영난을 겪으면서 차례로 외국계 회사에 넘어갔다. 다국적 기업에 인수ㆍ합병(M&A)된 곳은 국내 5대 종묘사 중 4곳. 1997년 3월 일본의 사카타가 청원종묘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스위스 노바티스가 서울종묘(97년)를, 미국 세미니스가 흥농종묘(98년)와 중양종묘(98년)를 각각 인수했다. 당시엔 대우, 한보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던 탓에 제대로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이후에도 다국적 종자회사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일본의 다끼이는 2001년 신규법인 형태로 국내에 진출해 종자사업을 시작했고, 2008년 미국의 몬산토는 세미니스아시아를 재인수하면서 국내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런 M&A과정을 겪으면서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종자기업은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 크롭사이언스, 사카타, 다끼이 등 5개사. 이들은 모두 세계 10대 종자기업들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각축장이 된 것은 이들이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여기고 있기 때문.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을 교두보로 삼아 동아시아지역으로 영업권을 확장하려고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들었다”며 “이 와중에 국내 종자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순수 종자유전자원, 육종기술까지 모두 유출됐다”고 말했다.

토종 종자회사들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1위 기업(시장 점유율 27%)인 농우바이오는 올해 다국적 회사에게 넘어갈 뻔했다. 창업주인 고희선 회장이 지난해 사망하면서 유족들이 1,2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농우바이오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외국 사모투자 전문업체들이 뛰어들 정도로 치열한 인수 경쟁이 벌어졌다. 업계에선 농우바이오마저 외국회사로 넘어가면 사실상 토종회사는 전멸한다고 우려했다.

다행히 농우바이오를 인수한 곳은 농협경제지주. 지난달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했다. 농협 관계자는 “종자산업이 지니는 중요성을 감안해 인수를 전략적으로 판단했다”며 “향후 농우바이오는 세계 종자시장을 이끌어갈 주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팜흥농은 2012년 몬산토코리아의 종자사업을 인수했다. 몬산토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310개 품종자산 중 240개의 소유권을 들여왔고, 70개는 판권과 특허권만 가져왔다. 황금보다 비싼 파프리카 종자와 토마토, 시금치 등은 여전히 몬산토 본사를 통해 들여와야 하지만, 배추 무 수박 오이 등 일상에서 많이 먹는 채소들의 종자주권은 되찾왔다.

몬산토가 남기고 간 최고급시설과 기술은 향후 우리나라 육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억행 동부팜흥농 안성공장장은 “종자 관리, 품질 보증 등 여러 공정에서 몬산토의 글로벌 선진기법과 프로세스를 이어받아 경쟁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종자주권을 완전히 회복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크기 위해선 아직도 할 일이 많다. 김 연구위원은 “토종회사들도 국내 우수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수출현지에 적합한 맞춤 품종을 개발하는 동시에 국내 농민과 소비자에게는 우리 종자가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은 안전한 먹거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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