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해 9월 언론 보도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지기 석 달 전에 이미 관계기관을 총동원해 뒷조사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 보도 후 관련 의혹을 처음 알게 됐다"는 그동안의 청와대 해명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정권 차원의 채 전 총장 '찍어내기' 의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지난해 6월 하순경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해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날 설명은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학적부와 채군 모친 임모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을 확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조선일보가 의혹을 보도하기에 앞서 청와대 차원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한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특히 '관련 비서관실'이 인적사항 등을 확인했다고 밝혀 민정수석실 외에 여러 부서가 동원됐음을 시사했다.
채 전 총장을 겨냥한 조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지난해 6월 14일 전후에 집중됐다.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원 전 원장 기소 사흘 전인 6월 11일 서울 서초구청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했고, 비슷한 시기에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국정원 송모 정보관의 부탁을 받고 채군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를 통해 학생생활기록부를 조회했다. 6월 하순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김모 경정이 경찰관 3,4명을 통해 서초구 반포지구대에서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한모 과장도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임씨의 인적사항을 조회한 것으로 공단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처럼 단기간에 경찰과 국정원, 구청, 교육청, 건보공단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채 전 총장 주변 뒷조사에 나선 것은 배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청와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의 뜻을 거스르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수사를 강행한 채 전 총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강도 높은 뒷조사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공직 감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씨의 비리 혐의에 대한 첩보 확인 차원에서 조사에 나섰으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첩보를 이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무비서관실 등 감찰과 상관없는 부서가 조사에 나선 점과 원 전 원장 수사결과 발표를 전후해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정당한 감찰이었다면 "언론 보도 후 (혼외아들 의혹을) 처음 알았다"고 계속 거짓 해명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채 전 총장 '찍어내기' 뒷조사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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