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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또 빈손…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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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또 빈손… 끝이 안 보인다

입력
2014.03.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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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한-EU FTA는 8차례 협상후 최종 타결공식협상만 이미 10차례철강·IT·농수산물 등 민감품목 분류 입장 차 여전서비스·투자분야마저 공전 "연내 타결 물 건너가" 관측"TPP협상 소강상태에 FTA타결 서두를 이유 없어어느 시점부턴 가속도" 분석도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체결을 위해 8차례 공식협상을 가졌다. 한ㆍ유럽연합(EU) FTA도 8번째 협상에서 최종 타결됐다. 물론 중간중간 비공식 협의와 물밑협상은 계속됐지만, 공식협상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견은 좁혀졌다.

하지만 한중 FTA는 이미 공식협상이 10회를 넘었음에도 팽팽한 줄다리기만 이어지고 있다. 워낙 인접한 시장인데다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분이 많아 한미나 한ㆍEU보다는 힘든 협상이 예상됐지만, 그래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연내 타결'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7~21일 진행된 한중 FTA 제10차 협상은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특히 가장 중요한 양허(관세철폐)안에서 양국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단 한국은 석유화학과 철강, 정보통신(IT) 기기 등 제조업 중심의 대 중국 수출 주력품목을 일반품목군에 배치, 조기(즉시~1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이 품목 대부분을 민감품목(관세 20년 내 철폐)이나 초민감품목(양허 제외)으로 분류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에 비해 산업경쟁력이 처지고, 대 한국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조기 시장 개방은 어렵다'는 이유였다.

중국이 제시한 양허안을 둘러싼 대립각도 뚜렷했다. 중국은 한국이 초민감품목에 넣은 중국산 농수산물을 일반품목군에 넣어 빠른 시간 안에 시장개방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한국 농수산업의 영세성과 민감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며 중국 측을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불법조업근절을 위해 중국어선이 불법적으로 잡은 수산물은 FTA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지만, 중국은 조업문제와 FTA는 별개사안이란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게다가 상품 분야 이외의 서비스ㆍ투자, 지적재산권, 경쟁, 경제협력 등에 대한 협상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상전문가는 "공식협상 횟수가 절대적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10차 회담이 끝나도록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건 분명 더딘 속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나라 모두 협상 타결을 서두를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지적한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조기 타결되는 분위기라면 중국도 급박하게 FTA에 임하겠지만 지금은 TPP 협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태라 FTA의 모멘텀도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중 FTA의 독특한 협상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1단계 협상(1~7차)을 통해 논의의 '기본 틀'을 먼저 마련해 두고 양허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더디게 보일 뿐, 어느 시점부턴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뜻이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단계 협상에서 민감품목 보호장치를 설정할 권한을 확보하고 상대국을 배려하기로 했던 터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며 "이번에 드러난 입장 차이는 이미 예상했던 바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데 불과해 앞으로의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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