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정명훈(61)씨가 제주도의 호화 별장을 두고 분양사와 수십억원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별장 주변 개발로 인해 조용한 공간, 조망권 등 계약조건이 지켜질 수 없으니 환불하라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 부부는 "별장 근처에 갑자기 대규모 콘도가 들어서는 것은 당초 계약조건 위반"이라며 제주 성산읍 섭지코지 휘닉스아일랜드 리조트를 운영하는 보광제주를 상대로 22억4,000만원의 회원권 대금 반환소송을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정씨 부부는 2008년 9월 휘닉스아일랜드 내 고급 별장단지 '힐리우스'의 370㎡(112평형) 규모 별장 한 채의 회원권을 22억4,000만원에 샀다. 휘닉스측이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년 뒤 이들에게 이 금액을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섭지코지 남쪽 해안에 자리한 힐리우스는 세계적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스위스)와 안도 다다오(일본)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휘닉스측은 계약 당시 힐리우스 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등 조용하고 독립된 분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휘닉스는 2012년 3월 휘닉스아일랜드 내 미개발 부지 3만7,829㎡를 중국 부동산업체 오삼코리아에 매각했고, 오삼코리아는 지난해 1월 이 땅에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객실 332개짜리 휴양 콘도(지상 5, 지하 3층)를 짓기 시작했다. 이 콘도는 힐리우스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수십m 떨어져 있다. 정씨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별장에 왔다가 콘도를 새로 짓는 것을 보고 격분해 소송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정씨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열린 변론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하는 등 소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법정에서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에 필수적인데, 콘도가 들어서면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물론 조망권도 침해된다"며 휘닉스측이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휘닉스측은 콘도 손님이 힐리우스 단지 안에 들어올 수 없는 만큼 계약조건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박재현)는 다음달 4일 섭지코지를 직접 찾아가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