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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24일] 유명무실한 사외이사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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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24일] 유명무실한 사외이사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4.03.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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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주주총회가 전직 장ㆍ차관을 비롯한 검찰과 국세청, 공정위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잇따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올해 10대 기업의 신임, 또는 재선임 사외이사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은 모두 45명으로 전체 의 36.5%에 달했다. 검찰수사 및 세무조사에 대한 '바람막이'가 필요한 대기업과 적지 않은 보수를 손쉽게 챙기려는 당사자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사외이사가 경영 감시라는 본래의 취지에 충실할 수 없다.

사외이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외부 전문가를 이사진에 기용해 대주주의 전횡이나 경영진의 불법과 횡포를 가로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실효성 있는 제도로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상장사 1,000곳의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5건에 불과했고, 10대 그룹 소속 91개 상장사 사외이사 341명이 던진 반대표는 2건에 그쳤다. '거수기'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해체된 STX그룹과 동양그룹의 사외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사회에 출석하지도 않는 '유령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가 하면, 거래관계가 있어 법적으로 부적격인 사람을 내세운 기업도 있다.

사외이사 제도가 파행해 온 것은 이처럼 선임과정의 문제 때문이다. 기업은 총수와 친분관계가 있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만 사외이사로 맞는다. 한마디로 사외이사의 독립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공기업 상황도 다르지 않아, 사장과 감사는 물론이고, 사외이사까지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진다.

사외이사 제도만 정상화해도 대기업 총수의 불법행위나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상당 부분 바로잡을 수 있다. 관건은 사외이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우선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 및 경영진과 학맥, 지연으로 얽힌 인사는 원천 배제하도록 하고,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와 감시활동을 평가해 연임 여부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권 등 제도 정상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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