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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분리독립 정당성? 판단할 국제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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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분리독립 정당성? 판단할 국제법 없다"

입력
2014.03.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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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가 남부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상태에서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새 정부와 러시아가 서로 "국제법"을 입에 올리며 치열한 명분싸움을 벌이고 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움직임은 법적으로 정당한 것일까,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개입은 명분이 있을까. 우크라이나 의회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한 것은 합법일까.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 박정호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에게 물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궁금한 것들을 정리했다.

-크림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로 러시아와 합병을 결정하는 것은 합법인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국들은 불법이라 주장하는 반면, 푸틴은 국제법 준수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태도는 2008년 독립한 코소보와 매우 흡사하면서도 다르다. 1999년 코소보 주민들이 세르비아 중앙정부의 인종차별을 이유로 분리독립에 나서자 세르비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이를 저지했다. 당시 미국은 코소보 독립을 지지한 반면 러시아는 이를 세르비아에 대한 주권 침해라고 보았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다. 러시아는 크림공화국의 독립권을 내세우고, 미국은 크림반도의 분리를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크림 자치공화국은 사실상 분리독립이 아닌 러시아와의 합병을 원한다는 특수성까지 더해지며 문제가 복잡해졌다. 크림이 단순한 분리독립을 넘어 러시아 합병까지 진행한다는 점에서 분리독립의 새로운 선례를 남길 수도 있어 주요국들의 자세가 더욱 신중하다.

안타깝게도 역사를 돌아보면 특정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주요국들이 일관성 있는 대응을 한 경우가 없었다. 미국만 해도 체첸의 분리독립은 반대했지만, 동티모르와 남수단은 찬성했다. 분리독립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국제법 같은 것은 없다. 자국의 이익과 당시 상황에 따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언제나 달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임시대통령을 임명했으나 러시아는 합법적이지 않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유효한가.

"법치의 관점에서 보면 야누코비치 정권의 몰락은 국가전복 사태다. 야누코비치가 공식적으로 하야나 정권이양을 표명한 적이 없다. 시민의 뜻에 부합해 의회가 결정한 사항이라고는 하나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방과 러시아도 이 점을 잘 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것과 동시에 크림공화국의 분리독립과 러시아 합병 여부를 가리기 위한 16일 국민투표가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며 크림 자치공화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방은 반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에서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와 회담하는 것도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문제는 임시정부다. 러시아를 상대로 민족자결주의에 따른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면 같은 기준에 따라 크림공화국의 분리독립을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국가전복을 통해 정권을 얻었다고 한다면 스스로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법적인 근거가 있는가. 크림반도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 제재를 발동한 서방의 대응은 정당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개입 정당성 여부 역시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로 귀결된다. 엄연한 주권국가에 무력개입을 하는 것은 국제법상 분명 잘못이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는 정통성이 없는 정부가 일시 장악 중이라는 러시아 입장에선 무력개입이 가능하다.

러시아 제재를 발동한 서방의 대응은 국제법상 특별히 저촉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제재수단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보다 크림공화국의 자치권 확대와 분리독립 등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임시정부가 무력개입을 할 경우 주요국들의 대리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크림공화국의 러시아계 주민의 상당수는 러시아와 합병을 원하고 있다.

"민족의식을 지닌 한 집단이 독자적인 국가를 형성하고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민족자결주의 이념에 따라 크림공화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다. 크림공화국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 후 러시아 귀속을 원한다는 점은 러시아의 지지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민족자결주의는 1차 대전 직후 국제질서 재편에 가장 크게 활용됐지만 지금도 민족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가 분쟁해결에 종종 적용하는 이념이다. 물론 국제사회는 민족분쟁의 원인과 상황 등에 따라 민족자결주의를 다르게 적용한다. 주요국들 사이의 대화와 타협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러시아가 크림 지역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서방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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