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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대지진 3년] <하> 탈원전 운동가들이 본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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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대지진 3년] <하> 탈원전 운동가들이 본 후쿠시마

입력
2014.03.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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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다 히사요 그린피스 에너지활동가원전 반경 20㎞ 내 귀환곤란구역서 정부 규정을 넘어서는 방사선량 검출제염 작업해 안전하다는 단정 어려워● 사토 준이치 그린피스 재팬 사무국장염가 이유로 원전이 환영받던 시대는 끝… 안전하고 깨끗한 자연에너지에 관심 늘어시민들이 전력회사를 선택하는 제도 필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방사능 물질 오염 규모를 축소하고 정보를 숨기는 데에 급급했다. 이런 와중에 양심적인 학자들과 환경단체의 고발로 사태의 심각성들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사고 직후 원전에서 40㎞ 이상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의 심각한 방사능 오염 실태를 고발하는 등 후쿠시마 사고를 줄곧 가까이서 지켜봤다.

지난 달 25일 도쿄 신주쿠의 그린피스 저팬 사무실에서 사토 준이치(佐藤潤一) 사무국장과 다카다 히사요(高田久代) 에너지활동가를 만나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들어봤다. 사토 사무국장은 2010년부터 그린피스 재팬을 이끌며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탈원전 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다카다 캠페이너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줄곧 현장에서 방사능 모니터링 등을 실시, 주민들의 안전을 보살피고 있다.

-원전사고 당시 집권 민주당은 일본의 에너지정책을 장기적인 탈원전으로 명시했으나 아베 정권은 원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사토=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전력사업은 일부 전력회사가 독점하는 시스템이어서 원전 가동을 통해 흑자경영을 이룬다고 해도 일본의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도쿄전력 등은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면 흑자경영이 어려워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도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일본의 전력회사 중 오키나와 전력은 원전을 소유하지 않고도 흑자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을 어필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해 오염수 대책 등 사고 수습에 임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원전 가동 회사의 배를 불리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전용하는 꼴이 된다.

-최근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아 도쿄 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두 전직 총리의 탈원전 주장의 의미는.

사토=호소카와 전 총리가 원전이 위치한 지역에서 출마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전이 입지해있지 않은 원전 사용자로서의 도쿄 주민의 심판을 받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호소카와가 낙선하기는 했지만, 주민들의 탈원전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원전문제를 지자체장 선거에서 다뤄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원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는 사람과 기업과 자연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이상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자연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해야 할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사토=원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번 가동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베 정부가 원전을 베이스 전력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유연성이다. 필요할 때 전원을 켤 수 있고, 장소를 옮겨서도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원전은 가장 유연성이 더딘 낡은 에너지다. 반대로 가장 유연성이 높은 것이 자연에너지다. 일본정부도 2011년 12월 자연에너지만으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원전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이야기인가.

사토=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에너지 정책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에도 일종의 시장원리가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일본)정부가 전력 시장의 일환으로서 원전을 택했지만, 원전 사고 이후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원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는 국민이 에너지를 선택하는 시대로 변할 것이다. 이것이 전력 자유화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미약하지만 향후 시민이 전력회사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면 원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어느 정도 수습됐는가.

다카다=3년 전에 비한다면 수습됐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수소폭발이 일어난 1~3호기는 연료봉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4호기의 연료봉 제거작업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4호기의 연료봉 제거작업은 필요한 작업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고 직후 그린피스는 정부의 주민 피난 지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다카다=분명한 것은 사고 직후 정부가 발 빠른 대응조치를 취했더라면 더 많은 주민들이 피폭을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 정부는 매뉴얼에 따라 원전 반경 20㎞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의 대피에만 신경 썼고 그 이외 지역의 방사능 오염실태는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후타바초, 오쿠바초, 이타테무라 주민 상당수가 상당기간 고선량 방사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린피스의 전문가들의 조사가 시작되고서야 정부는 뒤늦게 대피지시를 내렸다. 특히 일부 과학자들이 원전에서 40㎞ 떨어진 이타테무라에서 심각한 수준의 방사선량을 검출했는음에도 '이 정도는 문제없으니 그냥 생활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원인이 됐다.

-원전 사고 이후 그린피스는 어떤 일을 했나.

다카다=후쿠시마시, 고리야마시, 다무라시 등 각 지역에서 지속적인 공간선량 및 주민들의 내부피폭을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지역별로 30여 차례 조사했다. 도쿄를 비롯, 규슈, 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에 출하되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도 실시 중이다. 후쿠시마 주민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정책건의도 하고 있다. 체르노빌 피해자를 조사한 의사를 초청해 후쿠시마에서 강연회를 갖거나 독일이 어떻게 탈원전 사회가 됐는지 등을 알아보는 세미나도 열고 있다.

-일본의 먹거리가 안전하다고 신뢰할 수 있나.

다카다=문제는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규슈산 해산물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전 인근에서 잡힌 수산물 일부가 규슈나 홋카이도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피폭수치도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원전 주변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나는 해산물과 농산물을 다량 섭취할 수 밖에 없어 더욱 피폭이 우려된다.

-일본 정부가 피난지시가 내려진 지역의 주민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다카다=정부는 오염제거작업을 통해 주민들이 거주 가능한 수준으로 방사선량을 낮췄다고 주장하며 귀환을 종용하고 있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반경 20㎞ 이내 귀환곤란구역인 다무라시 미야코지 지구 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4월 1일부터 출입제한을 해제키로 했다. 하지만 제염작업을 했으니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 발표와는 달리 그린피스가 다무라시의 도로변 1만8,000지점을 조사한 결과 40%에서 시간당 0.23마이크로시버트가 넘는 방사선량이 나왔다. 주민들이 이 곳에서 1년을 거주할 경우 정부가 규정한 연간 피폭량(1밀리시버트)을 넘어선다. 주민들이 제염작업을 하지 않은 하천이나 논밭을 다닐 경우 피폭량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주민들의 귀환을 서두르는 것은 피난주민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복귀 주민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다카다=정부는 특정 지역의 제염작업을 한차례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주민들이 복귀 여부를 두고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존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들은 원전 사고로 조상 대대로 살던 터를 잃었다. 주민들이 특별히 원전을 지어달라고 원한 것도 아닌데도 사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도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포함한 배려에 인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활용 움직임은.

사토=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열대 우림에서 벌채한 나무로 만든 종이, 분쟁 지역에서 채굴된 광물, 아동 노동착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안쓰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논리로 따진다면 위험천만한 원전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환영 받던 시대는 지났다. 이는 기업 윤리문제와도 직결된다. 최근 페이스북, 애플 등 정보통신기업을 중심으로 필요한 전기를 자연에너지로 충당하는 '전원 책임'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늘어난다면 자연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다카다=원전 사고를 겪은 후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2012년 7월 재생가능에너지 고정가격매입제도를 도입하면서 자연에너지 보급률이 급상승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반면 이 제도와 관련된 하위법령이 200여 가지나 되지만 대부분 개정되지 않고 있어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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