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용관)는 14일 1,600억원대 횡령ㆍ배임ㆍ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건강이 악화해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을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그룹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259억여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를 유죄로 판단했다. CJ 자금 603억여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중국 등 해외법인의 자금 115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CJ 일본법인의 현지 부동산 매입 등을 통해 CJ그룹에 39억5,000만엔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한 투자 행위 자체를 금하는 법규가 없고 조세 절감 방안의 선택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라며 해외 SPC를 통한 국내 주식 취득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주주의 영향력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260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것은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 범죄이고, 일반 국민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또 지능적이고 은밀한 방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했고 현재까지 약물치료를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성용준 CJ 부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나온 이 회장은 공판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선고 이후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나섰다. CJ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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