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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없는 말뿐인 세상… 최고 혁명가 정도전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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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없는 말뿐인 세상… 최고 혁명가 정도전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입력
2014.02.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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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필요한 시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외치고, 안철수 의원도 새 정치를 외치고 있지만 모두 말뿐이잖아요. 한국 역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유일한 인물이 정도전인데, 현실 정치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 다들 정도전을 얘기를 하는 거겠죠."

등 역사소설로 유명한 소설가 김탁환(46)이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조선 왕조 개창의 일등공신 정도전을 다룬 2권짜리 장편소설 (민음사 발행)을 최근 펴냈다. 위화도 회군 후 실권을 장악한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하는 사고를 당한 시점부터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암살되는 순간까지 18일 간의 역사를 그린 이 소설은 여말선초를 영웅담이나 스펙터클 위주로 다루는 역사소설의 관습에서 벗어나 정도전의 절망과 고뇌 속으로 파고든다. 장르 형식이나 극적인 기승전결 구조가 아닌 인물 내면의 풍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가의 이전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문체도 해체적인데, 일기ㆍ편지ㆍ가전체ㆍ동물우화 등 당시 신진 사대부들이 즐겨 쓰던 다양한 문체가 교차한다.

13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탁환은 "대학에서 국사를 배울 때부터 정도전이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혁명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소설을 쓰려니 자료가 부족해서 주저했다"며 "40대가 되니 정도전의 고민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작품들인 과 이번 이 40대에 꼭 쓰고 싶었던 소설 3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은 작가로서 그의 야망이 녹아 있는 소설이다. 고전적인 품격을 담고 미학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 밀도를 높였고, 조선왕조 500년을 60여 권의 책으로 다루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는 "30대에 이런 선언을 했다면 허풍처럼 들리겠지만 지난 15년간 썼던 작품과 앞으로 쓸 작품을 모두 합하면 60여 권쯤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작품들은 개작해 톤을 맞출 것이고 새로 쓰는 건 열 편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려 말 정치인들이 느꼈던 절망에 주목하고 있다. "원나라의 식민지 같은 상황에 있었던 고려는 정치적으로 부패했고 경제적으로도 피폐했습니다. 정도전과 정몽주는 시스템 전체를 고치지 않고선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그건 80년대 후반 우리 세대들의 절망과 다를 바 없죠. 혁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또 어떻게 이뤄졌는지 써보고 싶었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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