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연 감독은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고 무술감독을 거쳐 단편영화를 만들다 상업영화 감독이 됐다. '충무로의 이단아'를 자처하는 그는 액션장면 연출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감독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장편영화들은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구타유발자'에선 액션이라 할 장면이 딱히 등장하지 않았고 '가발'은 공포영화였다. 스릴러 '세븐 데이즈'는 맛보기 형식으로 액션을 선보였지만 정통 액션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 안방을 찾는 '용의자'는 원 감독의 장기가 맘껏 발휘된 영화다. 북한에서 가족을 잃고 남한에 정착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지동철(공유)의 복수극을 전하는 이 작품은 액션의,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영화다. 일부 영화인들이 과잉이라고 비판을 할 정도로 액션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주 달리던 자동차 두 대가 정면 충돌해 한 대가 뒤집히거나 자동차가 후진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등 아찔한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지동철이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공유가 대역을 쓰지 않고 연기하는 등 모든 액션을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실제 동작으로 빚어냈다. 원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실현하지 못하는 액션 장면을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정통액션에 목말랐던 영화팬이라면 137분의 상영시간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할 듯. 지난해 연말 극장 개봉해 413만 관객이 찾은 흥행작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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