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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15일] 별명에 대하여

입력
2014.02.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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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별명을 가진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이름 이외에 애칭이 있다는 건 그가 사랑 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6, 7년 전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는 동료들끼리 4자 별명을 만들어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4자 별명의 앞 두 자는 그 직원의 특징, 그리고 뒤의 두 자는 이름으로 구성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좀 까칠한 사람의 이름이 '길동'이면 "까칠길동"이 그의 별명이 되는 것이다. 혼자인 경우,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길을 걸을 때 앞만 보고 엄청나게 빨리 걷는다. 그럼 시도 쓰고 소설도 쓴다면서 세상은 언제 어떻게 관찰하냐고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세상을 관찰할 때는 나는 늘 정지해 있는 편이다. 나는 건물 안쪽 창가에서 저격수처럼 멈추어 선 채로, 혹은 오래된 의자에 앉은 채로 내 앞을 지나가는 타인과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아무튼 빨리 걷는 나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한 직원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은 "직진도언"이었다. 나는 그 별명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 직진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우회성향이 있는 내게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했으니까. 특별한 운동도 하지 않는 내가 체중을 유지하고, 아직 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빨리 걷는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로 2가나 인사동, 합정역, 녹번동이나 새절역 등에서 휙휙 지나가는 남자를 보면 나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면 좀 과장이지만 그가 나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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