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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시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자부심과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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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시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자부심과 품격

입력
2014.02.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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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은 문학과 역사, 철학은 하나로 연결된다. 조선시대 주류 문화였던 한시(漢詩)는 조선 지식인 사회와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당대 언어활동의 정수다. 하지만 한문을 모르는 한글세대가 한시의 미학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한시의 이해를 돕는 책이다. 한시 문학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련 서적을 집필해 온 저자는 한시의 세계를 오늘날의 문학과 다르지 않게 본다.

선조들은 왜 한시를 썼을까. 저자는 자부심에서 이유를 찾는다. 당시 문인들의 한시에 대한 자존심은 관직이 높거나 재물이 많은 사람 앞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글 쓰는 능력이 과거시험을 통과하는 중요한 통과의례였지만 과거시험의 통과만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계층이 생겨났을 정도로 문인들의 자부심은 컸다. 또 조선시대 '사대부 커뮤니티'에 끼려면 한시를 짓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고, 해진 옷차림의 선비가 좋은 시구 한 수로 술을 얻어먹는 일화가 많았다고 전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본의 힘이 세상 모든 것을 삼키는 이 시대와 비교해 당대 문인들이 현대인 못지않게 강렬한 자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양반 사대부뿐 아니라 조선 후기에 등장한 새로운 시 창작 집단인 중인의 작품도 폭넓게 살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거치며 조선 사회에 균열이 생기고 중인계층의 경제적 능력이 커지면서 그들의 문화 생산과 향유의 욕구가 커졌다. 조선 전기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여성과 중인이 문학의 주요 담당층으로 새롭게 부상한 이유다.

한시를 당대 오락의 한 형태로 규정한 저자는 한시의 품평, 즉 비평론도 중요하게 다룬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표절과 창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 문인들의 고뇌를 상세히 묘사한 점이다. 이를 위해 이미 존재하는 작품의 생각과 표현을 빌려 쓰는 '환골탈태법' 등 표절과 미묘한 경계에 있는 문학적 수법을 예로 든다.

한시를 짓는 과정과 그 작품을 읽는 비평, 표절에 대한 경계까지 서술함으로써 한시를 다루는 선조의 품격과 그 안에 녹아 있는 선비 문화를 소개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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