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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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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농촌에서 찾는 느림의 미학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빨리 빨리’, 이 말이 한국인의 성정을 대표하는 단어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원조 받던 나라’에서 ‘함께 나누는 나라’로 도약하는데 ‘빨리 빨리’가 하나의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빠른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여유와 쉼을 잊고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벌충이라도 하듯, ‘웰빙’, ‘로하스’, ‘힐링’이라는 단어들이 순차적으로 진열대, TV, 서적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이와 함께 슬로투어, 슬로푸드, 슬로시티, 슬로길 등 ‘슬로(slow)’가 붙은 말들도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열풍은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 숨 쉬는 전통과 다양성, 그리고 배려와 조화가 깃든 ‘느림의 미학(美學)’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정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 잘 보존된 전통문화, 건강한 음식이 어우러진 ‘농촌’은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진짜배기 여유와 쉼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촌관광’, ‘농촌휴양’ 하면 청정 자연 속에서 농촌체험이나 생태체험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농촌 또한 농촌이 가진 본연의 매력에 느림의 미학을 입혀 새로운 관광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체류형 농가민박’이다. 이미 프랑스의 지트, 영국의 팜스테이, 일본의 국민휴가촌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체류형 농가민박을 키우고 있다. 민박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마을 주변의 계곡, 바다, 산 등 자연을 둘러보고 갯벌이나 논과 밭에서 농촌체험도 즐길 수 있다. 농가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지역 특산물로 만든 건강한 밥상, 인심 좋은 주인의 이야기, 네온사인 없이 환하게 빛나는 별도 만나게 된다.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슬로푸드 또한 쉼이 된다. 정성 들여 낸 맛은 물론 환경적,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는 슬로푸드는 최근 가치 중심의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2007년 시작해 현재 전국 74개소에서 운영 중인 농촌형 외식공간 ‘농가맛집’에서도 슬로푸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농가맛집에는 지역에서 자란 무공해 농산물에 대대손손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을 더한 건강하고 구수한 음식들과 고향의 정겨움, 여유로움이 있다.

‘레일그린’도 한 박자 쉬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이템이다. 우리 청과 코레일, 지자체의 협업으로 탄생한 ‘레일그린’은 기차여행과 농촌체험을 더한 여행상품. 기차를 타고 농촌에 내려 지역 특산물 수확체험, 계절별 농촌생활체험, 생산자 직거래장터, 트레킹 체험, 지역문화유산 탐방 등을 고루 즐길 수 있다. 교통체증 없이 도심을 벗어나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운전에서 해방돼 ‘진정한 휴식’을 즐기고 싶은 아빠들에게 인기다.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그 어느 시기보다 분주한 때다. 혹시 동분서주하면서 놓친 것은 없을까 걱정이 된다면 뒤도 돌아보고 주변도 살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빨리 빨리’에 지친 스스로와 가족을 위해 농촌을 찾아 농가민박에서 쉬고 깊고 건강한 맛의 지역별미를 즐기며 몸과 마음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춰보는 것은 어떨까. 농촌에서 만나는 ‘느림의 미학’은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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