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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3일] 강남구 발달장애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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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3일] 강남구 발달장애인센터

입력
2013.11.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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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나 뇌성마비 환자의 불행은 결코 본인만의 것이 아니다. 24시간 내내 오직 초인적인 모성 하나로 자식을 돌볼 수밖에 없는 어머니는 이내 지치다 못해 머릿결까지 윤기를 잃고 파뿌리처럼 흩날리게 된다. 어머니뿐만 아니다. 자식의 사투를 안타깝게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의 검은 얼굴과, 집안을 짓누르는 시련으로 어느덧 그늘이 드리운 형제들의 눈빛은 환자 가족의 힘겨움을 드러내는 부표다.

▲ 중증장애인 환자와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환자가 성장할수록 생활과 간병의 부담이 오히려 무거워진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2010년 현재 우리나라 각종 장애인은 약 250만 명이다. 반면 간병과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고작 490개, 수용능력은 2만9,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의 시설은 18세 미만 청소년기까지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립이 어려운 성인 중증장애인은 결국 집에 유폐될 수밖에 없고, 간병 부담도 온전히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 물론 환자가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아도 보호자는 그 곁을 떠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환자의 식사보조 같은 일은 여전히 보호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설 서비스만 받아도 잠시 숨을 돌리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중증장애 환자 부모들은 성인발달장애인이나 중증뇌성마비장애인을 위한 공공 서비스 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요구해왔다.

▲ 그런 요구에 부응해 박근혜 대통령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공약했고, 지난해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부담 때문에 국회도 정부도 진땀만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 강남구가 전국 기초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자체 예산 4억4,000만원을 편성해 관내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에 2년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이룬 결실이다. 2년 수료 뒤의 평생 서비스 체제도 계획 중인 강남구의 첫걸음이 다른 지자체의 복지사업에도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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