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회담에 금강산 관광을 연계시키며 별도회담을 갖자고 밝힌 것에 대해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북정책 원칙과 남북관계 개선 사이에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정부는 일단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분리해서 대응키로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19일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분리해서 처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연계 전략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사실상 '패키지화'하면서 우리 측에 공을 넘긴 상황이 됐지만 정부는 추후 입장 발표 계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에 대한 정부의 기존입장,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봐가면서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신중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렇듯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정부지만 북한의 금강산 관광회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처럼 이뤄진 남북간의 합의(개성공단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부담이고, 23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회담에 미칠 영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의 이산가족들의 희망과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만약 우리 정부가 금강산 회담 제안에 불응,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취소한다면 그 역풍을 정부로서도 감당하기 힘들다.
문제는 회담의 개최 여부에 있기보다 의제 합의여부다. 우리 측은 지난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직후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고 ▦진상규명 ▦신변 안전보장 강화 ▦재발방지 대책 등 이른바 3대조건의 해결을 북측에 요구한 바 있다. 북측은 당시 사건이 우리 측 책임임을 주장하며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응해 남측 재산 일체를 몰수하고,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 효력을 취소시키는 등의 강경 대응을 했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재개 협의를 먼저 요구한 점에 비춰 최소한 재발방지 대책과 신변 안전보장 강화에 대해서만큼은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 사과문제 등에 있어 남북간 입장이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높다. 실무 협의가 개성공단 협의만큼이나 장기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가 초장부터 삐걱거릴 경우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 현안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 표시를 했다"며 "따라서 금강산 관광 회담에 대해 남측이 거부한다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현안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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