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난민의 주요 이동경로가 바뀌고 있다. 레바논(난민 60만명 유입), 터키(40만명), 요르단(15만명) 등 다른 인접국에 비해 발길이 뜸했던 이라크에 하루 평균 6,000명 가량의 난민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난민 대부분은 시리아 인구의 10%를 차지하며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계로, 시리아 반군의 쿠르드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15~17일 시리아 북동쪽 국경과 맞닿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에 유입된 난민이 2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15일에는 오전 750여명을 시작으로 오후 5,000~7,000명이 줄지어 국경을 넘었는데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와 북동부 하사케흐, 카미쉴리 등에 거주하던 쿠르드족이 대부분이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수도 아르빌 서부 쿠루구시크에 난민캠프를 설치하는 한편 인근 술라이마니야주로 난민을 분산 수용하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시리아에서 반군과 쿠르드 민병대의 교전이 빈발하는 상황을 난민 급증의 요인으로 꼽는다. 17일에도 터키와 접경한 쿠르드 거주지 라스알아인에서 반군 내 알카에다 연계세력과 쿠르드 민병대가 충돌해 18명이 숨졌다.
쿠르드족이 시리아 반군의 표적이 된 것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유화책과 관계 깊다. 알 아사드 정권은 내전 초기 소수민족과의 확전을 피하려 그 동안 탄압해왔던 쿠르드족에 시민권 부여, 토지몰수법 폐지 등을 약속했고 지난해 7월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철군해 실질적 자치권을 보장했다. 그러나 알카에다 등 반군 세력이 이라크 내 무장조직과 연계 강화를 위해 북부지역 장악에 나서면서 쿠르드 민병대와 충돌이 잦아졌고 이로 인해 치안 불안,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의 이라크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 함께 피난한 아흐메드 카림은 "시장에 가도 식량을 구할 수 없고 빵부터 가스연료통까지 모든 것이 비싸졌다. 실업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전향적 자세도 시리아 난민을 끌어들이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은 최근 "시리아 내 쿠르드족 보호를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국경 통제를 3개월 만에 풀었다. 이 지역은 이라크 내 다른 지역보다 치안, 경제면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알레포 등 이라크 국경에서 수백㎞ 떨어진 도시 주민들도 가까운 터키로 가는 대신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티그리스 강의 좁은 다리를 건너 이라크로 넘어가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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