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학생 글의 형식구성을 살펴본다. ‘1문단: 많은 대안학교가 세워지고 있다(상황제시)-2문단: 대안학교가 변질되고 있다(문제제기)-3문단: 특히, 귀족대안학교가 문제되고 있다(구체적 문제제기)-4문단: 대안학교의 본래적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주장)-5문단: 정부규제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일반적 해결책)’로 이어지는 탄탄한 논리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내용적인 측면을 검토한다. 대안학교의 성격변질이 문제가 된다고 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이에 대한 핵심주장으로 대안학교의 본래적 의미를 지켜야 한다고 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정부규제와 인식전환을 내밀고 있다. 일단 설득력이 있다.
이 글의 화두는 대안학교의 성격변질이다. 대학입시용 우회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는 국제학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학교의 본래적 의미를 지켜야한다고 말한다. 대안학교의 본래적 의미를 지켜야 하는 이유로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이 부분에서 논리의 어색함이 있다. 이 논리대로 한다면 변질된 대안학교가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된다. 입시준비를 하면 행복하지 않고 대안학교를 다니면 행복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 않는가? 대안학교 특히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돌연 대학에 대한 강한 열망을 느끼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을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행복해지기 위하여 대학입시를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은 이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다시 정규고등학교로 옮겨서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대안학교가 본래적 의미를 잃고 입시준비학원화 되어가는 것을 문제 삼고자 했다면 대안학교의 설립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시작한 논리를 유지했어야 한다. 설립목적이 변질된다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졌어야 한다. 개인의 행복이라는 근거를 도입함으로써 전체의 설득력이 약화되었다.
고등학생에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 있지만 화두를 던진 이는 이에 대한 담론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다소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문제를 던진 이후에 잘 해결하자라는 식의 한 걸음 떨어지는 대답을 하는 것은 치열한 지식인의 자세가 아니다. 가령 ‘수학성적이 낮다(문제제기) -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자(주장)’라는 유형의 접근은 한계가 있다. 수학공부 방법론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안학교를 없앨 것인가? 대안학교에 일정한 요건을 정하고 이를 지키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러한 요건을 갖추게 하는 것이 대안학교의 본래적 의미를 잃게 하는 것은 아닌가? 요건을 지키지 않은 대안학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나 계도가 가능할까? 등 구체적인 입론을 해야 한다.
즉, 대안학교를 규제하고,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은 형식적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사고의 축이 깊어진다. 어떠한 사회현상에 대하여 ‘저것은 문제이다. 그러므로 고쳐야 한다. 정부가 규제해야 하고 구성원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멈추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는 차별성이 없다. 이러한 도식적인 접근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규제를 한다면 무엇을 근거로(이념이나 규정) 규제할 것인지, 규제의 주체나 내용(절차나 문제점)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따라야 한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부분도 학생들 만의 인식문제는 아닐 것이다. 부모를 비롯한 사회구성원 전체의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나 생각이 바뀌어야 하며 그 방법론도 탐색해봐야 한다.
하이퍼 논술학원장ㆍ서강대 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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