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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7월 26일] 고졸취업 활성화,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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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7월 26일] 고졸취업 활성화, 아직도 멀었다

입력
2013.07.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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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자격증 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미국도 청년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대학을 나와도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와 비슷한 듯하다.

미국인 4,000만 명이 약 1조 달러의 학자금 상환 부담을 갖고 있고, 대학을 졸업해도 절반 이상이 대학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으니 대학을 가는 대신 혹은 대학을 중퇴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의 교육이나 연수를 거쳐 취업을 하면 급여도 대졸자보다 많이 받을 수도 있어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학생 1만 명 이상인 중위권 10여개 대학의 재학생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자격증을 영어능력, 대학 졸업 여부와 함께 취업에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어학연수를 통한 영어능력 향상, 자격증 취득 등 소위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영어능력이나 자격증이 실제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불확실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 400여개 주요기업의 3분의 2가 신입사원 공채 때 영어 어학 점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한을 둔 기업의 토익점수 평균 커트라인도(일반적으로 조금만 노력해도 얻을 수 있는 점수인) 700점을 약간 넘었다. 민간자격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국가에서 공인된 것은 100여개 정도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청년실업문제가 1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된 듯하고 많은 대학생들이 별로 소용되지 않은 자격증 등 스펙 쌓기로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고졸 경시라는 노동시장 관행 및 사회분위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약간 줄어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 군에 속한다. 대학교육에 걸 맞는, 누구나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대학을 가려고 하고, 부모들은 어떠한 희생에도 자식들을 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한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가족을 해외에 보내고 국내에 남아 돈을 버는 기러기아빠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존재하는 한 인위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국민들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청년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불일치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은 고졸취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기술예비명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의 육성으로 대표하는 '선취업- 후진학'정책의 시행으로 고졸취업의 노동시장 여건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주요 대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고졸자를 일정부분 할당하여 선발하고, 승진 등에 있어서도 제도적인 차별을 없애는 등 여러 노력으로 졸업 후 취업하거나 취업을 희망하는 특성화고(예전의 실업고) 학생의 비율이 올라가는 등 정상화되고 있다.

'선취업- 후학습'체계가 더욱 공고해 지기 위해서는 학벌이나 인연이 아닌 능력중심의 노동시장 관행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닫혀 있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느냐 하는 것이 개인의 취업경로를 일생동안 좌우하게 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까지 미루면서 몇 년간 준비하는 이유이다.

출신대학이나 직장에서의 근속년수가 아닌 무슨 일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가 채용, 이직, 승진 등의 준거가 되는 열린 노동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NCS)체계 구축, 일ㆍ학습 병행 제도 등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능력중심 사회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능력중심 사회를 지향하는 정책의 결과로 고졸취업 성공시대라는 노동시장 결과가 우리사회에 현저히 나타날 때 고졸자를 경시하는 사회적분위기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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