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주식투자를 해 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약세라는 소식에는 귀를 쫑긋거린다. 한국증시의 대장주(大將株)로 통해온 삼성전자의 약세가 전체 주식시장, 나아가 한국경제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지난주 ‘갤럭시S4’의 판매 부진을 우려한 JP모건 보고서가 계기였던 듯한 외국인 매도세가 부쩍 두드러진 결과다. 어제는 신종균 삼성전자 ITㆍ모바일 사장이 직접 이런 관측을 반박했지만, 시장 심리를 뒤집지는 못했다.
▲ 주가는 쉬지 않고 오르내리게 마련이고, 주식시장에서 당장 자금을 조달할 필요도 없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일희일비할 것도 없다. 그저 요즘 들어 좀처럼 호재를 찾기 어렵다는 증시의 그늘이 짙어질까 걱정이다. 무제한적 양적 완화 공약에 힘입어 일본경제가 잠시 회복세를 보이듯, 시장 심리는 실물경제로 실체화하기 쉽다. 증시에서의 자금 편중이 워낙 심하고, 대장주의 비중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하다.
▲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의 18% 가까이를 삼성전자, 4% 가까이를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등 상위 5개사의 시가총액 비중이 28%에 이른다. 뉴욕 증시의 11%, 도쿄 증시의 19%에 비해 자금이 너무 몰려있다. 더욱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18%는 액슨모빌의 2.7%(뉴욕), 도요타자동차의 8%(도쿄), 로열 더치셸의 7.9%(런던)에 비할 바 아니다.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30%, 순익의 37%를 차지한 삼성전자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 이런 편중이 시장 안정성을 해치더라도, 그 해소는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기업의 분발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다만 삼성전자도 이번 주가 약세를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애플이 열어젖힌 스마트폰 시장이 팽창의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은 꽤 오래됐다. 한때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했던 핀란드의 노키아가 5%로 추락했듯, 기술혁신과 신시장은 순식간에 시장판도를 바꾼다. 창의력과 촉각을 곤두세워 독약도 좋은 약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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