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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부 장면 생생한 전달 30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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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부 장면 생생한 전달 30년,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3.05.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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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바둑팀 감독 맡아 후진 양성 계획

"서른 살 무렵에 TV바둑 방송해설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겼네요. 그동안 국내외 바둑계의 명승부 장면을 전국의 바둑팬들에게 제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할 수 있어 무척 행복했습니다. 돌아가신 조남철 선생을 비롯해 조훈현, 이창호 등 걸출한 천재들이 오늘날 한국 바둑의 융성을 이끌었지만 저 역시 TV방송을 통해 미력이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

국내에서 가장 역사 오랜 TV기전인 KBS바둑왕전 해설자로 지난 30년간 활동해온 프로기사 노영하(62) 9단이 최근 방송 활동을 접고 9월부터 중국 대륙으로 건너가 바둑 꿈나무 지도자로 제2의 바둑 인생을 시작한다.

영국신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단아한 외모에 차분한 목소리, 간결하고 명쾌한 해설로 바둑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국내 최장수 TV바둑 해설자 노영하 9단은 1967년 입단 후 71년 왕위전 준우승, 72년 국수전 준우승을 하는 등 젊은 시절 기재를 발휘하다 서른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TV바둑 해설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0년 창설된 제1회 KBS바둑왕전에서 준우승을 한 게 인연이 됐는지 1983년 말부터 KBS해설위원으로 위촉돼 바둑왕전 대국 해설을 시작한 이래 지난 3월말 후배기사 박정상 9단에게 마이크를 넘기기까지 30년 간 TV방송 해설자로서 외길을 걸어 왔다.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PD가 20명 이상 바뀌었지만 그는 항상 변함없이 승부의 현장을 지켜왔다. 바둑왕전 대국 해설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기전의 큰 승부가 열릴 때면 으레 특별 생방송을 통해 생생한 소식을 바둑팬들에게 전했다. 1989년 조훈현 9단이 제1기 응씨배 결승 5국에서 녜웨이핑을 물리치고 바둑황제에 등극하는 순간 해설장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바둑팬들과 함께 힘차게 만세 삼창을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환갑을 넘어서면서 이제 그만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다음 행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변화도를 그려 보았습니다. 걸출한 제자를 한 명쯤 키우고 싶었는데 여건이 쉽지 않더군요. 이미 국내에는 후배기사들이 도장을 많이 운영하고 있어서 그들과 경쟁하고 싶지도 않고,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중국 산둥성 바둑협회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게 됐고 최근 마쥔밍 산둥바둑협회서기장으로부터 협회 산하 바둑팀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바둑에선 기술뿐만 아니라 기품도 중요하다며 기재 있는 어린이 발굴과 인성 교육을 부탁하더군요."

산둥성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성도 지난을 비롯, 칭다오, 웨이하이, 루자오 등 동부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바둑계도 크게 발전, 오는 9월 지난에 대규모 바둑회관을 건립하고 성 대표팀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왕년의 정상급 기사 차오다위안이 총감독을 맡고 장웨이제, 저우루이양, 판팅위 등으로 구성된 산둥팀은 올해 갑조리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한국 신예 변상일이 산둥팀에서 용병으로 뛰고 있다. 노 사범은 연구생 2, 3조 감독을 맡아 바둑영재 발굴과 육성을 맡는다.

한편 마쥔밍 산둥바둑협회서기장을 비롯, 칭다오, 더저우, 지닝, 허저 등 성내 주요 지역의 바둑계 대표 25명이 지난 19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기원의 연구생 선발 및 교육시스팀을 살펴보고 바둑TV스튜디오 견학 및 국내 아마바둑인들과 친선교류전을 가졌다. 마비서장은 "한국의 바둑영재 교육시스템을 직접 보고 배우러 왔다"며 "앞으로 한국과 산둥 바둑계가 보다 긴밀한 교류를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후배들이 너무 국내에서 승부에만 파묻히는 느낌이 있어서 안타까워요. 모두가 챔피언이 될 수는 없는 것인데 좀 더 눈을 크게 떠서 멀리 바라보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흔히 하는 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니까요."

노 사범은 지난해 중국 진출을 결심하자마자 곧바로 한국기원에서 개설한 중국어 강좌에 등록, 새벽같이 기원에 나와 나이 어린 후배들과 함께 '열공' 중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또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원로기사의 뜨거운 도전정신이 존경스럽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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