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1이 흑의 패배를 앞당긴 실수다. 그냥 A로 단수 쳐서 백돌을 확실히 잡아 두는 게 정수였다. 이지현은 조금이라도 더 실리 이득을 챙기려는 생각이었지만 백홍석이 즉각 6, 8로 백돌을 움직이자 좌상귀에서 당장 큰 수가 나버렸다.
1로 두는 건 2가 사활의 맥점이다. A, B가 다 선수여서 백이 안에서 거뜬히 살아 버린다. 그래서 이지현이 9로 포위해서 전체를 다 잡으려고 했지만 얼핏 보기에도 잘 될 것 같지 않다. 결국 큰 패싸움이 벌어졌지만 백의 꽃놀이패인데다 흑은 마땅한 패감도 없다.
백홍석이 좌하귀 패감을 쓰고 28로 패를 되따내자 이지현이 더 버티지 못하고 순순히 돌을 거뒀다. 182수 끝, 백 불계승.
전기 준우승자 백홍석이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백홍석에게는 2012년이 생애 최고의 한 해였다. 2001년 입단 이후 각종 기전에서 무려 9번이나 준우승에 그치는 불운을 맛보다가 지난해 비씨카드배와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서 잇달아 우승, 생애 첫 타이틀 획득의 기쁨을 맛봤기 때문이다. 특히 백홍석은 이 바둑을 둘 무렵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마지막 큰 무대인 명인전에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설 수 있을 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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