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PD로 일하던 A(33)씨는 지난해 결혼 후 회사를 그만뒀다. 양가 모두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 출산 후 돌까지만이라도 아이를 직접 키우려 하지만 회사에서 육아휴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또 출산 전까지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피우는 담배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퇴사한 A씨는 아이를 낳은 후 하루 4, 5시간 정도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경력을 살리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A씨는 결국 빵집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금은 보습학원에서 약 7,500원의 시급을 받으며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과 청년의 고용률을 향상해 임기 5년 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 확대 등을 통해 경력 단절을 막고, 시간제 일자리를 발굴해 일ㆍ가정 양립을 돕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여성들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A씨는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1년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라며 "제도가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 단계 발전된 대책을 내놔봐야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육아휴직이 그나마 활성화된 공무원조차 휴직자는 전체 공무원의 3.4%(2011년)에 불과하다.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는 사례도 여전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B(36)씨는 최근 원청 회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B씨는 "이의를 제기하자 사측이'정규직이 되면 일이 몇 배나 힘들어질 텐데 견딜 수 있겠느냐'고 겁을 줘 포기했다"며 "임신했다고 이렇게 차별 받는데 여성들이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도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시간짜리 '초단시간 일자리'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 최성화 여성차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기업이 고용 유연화를 위해 사용하는 일자리 형태이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세지는 반면 임금은 낮아지고, 고용은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지난해 고용부가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8.1%만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 의향을 밝힐 정도로 원하지 않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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