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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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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두 얼굴

입력
2013.02.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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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에겐 흥청망청 돈 쓰면서 경영 효율화 명목으로 간접고용 늘려 고용의 질 떨어뜨리고

국내 주요 공기업들이 정규직 직원에 대해선 당국 지시를 어겨가며 흥청망청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저임금 허드렛일에 대해선 비정규직 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간접고용(인력파견ㆍ특수고용) 비중을 늘리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산하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해 업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퇴직자에 대해 40만~200만원 상당의 금붙이를 기념품으로 지급하는 등 정규직 근로자에게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당국이 공기업의 방만경영 억제를 위해 장기 근속자나 퇴직 예정자에 대해 과도한 기념품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농어촌공사는 2011년과 지난해 6월 퇴직자 29명에게 근속년수에 따라 순금 2돈(20만원)~10돈(200만원)의 기념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공사는 또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에 넣는 방식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2억7,700만원을 과다 지급했으며, 임직원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1인당 100만원씩을 입학축하금으로, 50만원은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규정을 어기고 총 21억5,500만원을 지원했다.

이밖에 ▲자녀 보육료 ▲당직수당 ▲직원 근무시간 등과 관련된 규정을 정규직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총 31억을 추가 지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원 출장 및 여비지급, 공사예산 집행 등 총 44건에 대해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관련 사안에 대해 경고 및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규직 근로자에겐 초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경영 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사내하청이나 하도급 방식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크게 늘리고 있다. 정규직 처우를 강화하는 대신, 허드렛일이나 비핵심 업무는 하청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총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알리오시스템에 공개한 국토해양부 산하 32개 공기업 직원 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1분기까지 정규직은 6.4% 증가한 반면, 하청ㆍ인력파견 등의 형식으로 근무하는 '소속 외 직원'은 15%(1만6,594명→1만9,182명)나 늘었다. 같은 기간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4,388명→4,019명)이 감소한 걸 감안하면, 당국이 통제하는 직접 고용 비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부족한 인력을 고용 보장이 더욱 열악한 '간접고용'에서 늘린 셈이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김성희 이사는 "공기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인력 민간위탁 등 간접고용 비율이 전체 직원의 80%를 넘는다"면서 "당국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간접고용에 따른 인건비 지출은 사업비로 처리하고, 정규직 인건비 감축만 중시하는 기존의 효율성 평가 기준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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