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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10년 경제성장 과학발전 중화부흥은 빛, 빈부격차 부정부패 정치퇴보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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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10년 경제성장 과학발전 중화부흥은 빛, 빈부격차 부정부패 정치퇴보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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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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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17기7중전회)가 4일 마무리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02년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2003년 중국 주석, 2004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차례로 꿰차며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군림한 그는 8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총서기 자리를 물려주고 무대에서 내려온다.

후 주석은 지난달 26일 베이징(北京)전람관에서 열린 ‘과학발전 성취휘황’이란 사진전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16차 당 대회(2002년) 이후 전당, 전군, 전국 인민들이 힘을 합쳐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거대한 성과를 이뤘다”고 되뇌었다. 전시회엔 우방궈(吳邦國), 원자바오(溫家寶), 자칭린(賈慶林), 리창춘(李長春), 시진핑, 리커창(李克强), 허궈창(賀國强), 저우융캉(周永康) 등 후 주석과 집단지도체제를 이루며 지난 10년간 중국을 이끈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도 모두 참석했다. 사실상 후진타오 시대를 정리하는 행사였던 셈이다.

후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 한 것은, 서구의 침략에 치욕과 수모를 겪었던 100여년 전과 비교할 때 중국이 이제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3~2011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7%로,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성장률(3.9%)의 3배에 가까웠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성장률 9.9%보다도 높은 것이다. 2003년 13조5,823억위안(약 2,375조원)에 불과했던 중국의 국민총생산(GDP) 총액은 2008년 독일을 제친 데 이어 2010년에는 일본마저 추월했으며 지난해에는 47조2,882억위안(약 8,270조원)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 이르렀다. 1인당 GDP를 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2002년 1,135달러(약 124만원)에서 2011년 5,432달러(약 593만원)로 4.8배 증가했다. 중국의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4.4%에서 2011년 10%로 확대됐다. 외환보유고는 2003년 4,032억달러(약 440조원)에서 지난해는 3조1,811억달러(약 3,470조원)로 급증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과학 발전이다. 사실 과학발전관은 후 주석이 제시한 시대적 화두다. 6월 18일 중국의 첫 여성 우주인 류양(劉洋) 등 3명을 태운 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가 343㎞ 고도의 지구 궤도에서 실험용 우주 정거장 톈궁(天宮) 1호와 도킹하는데 성공한 장면은 후진타오 시대 과학 발전상의 절정이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번째 쾌거로 중국 전역에 생방송됐다. 중국의 유인 잠수정 자오룽(蛟龍)은 6월 27일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7,062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의 선발 해양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도 중화 민족의 자긍심을 북돋는데 일조했다.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가 총연출한 올림픽 개막식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에 맞춰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 시작하며 전세계에 중국 문화의 힘을 과시했다. 금메달 51개, 은메달 21개, 동메달 28개로 총 100개의 메달을 획득, 올림픽 메달 국가별 순위도 처음 정상에 올랐다. 6개월간 열린 엑스포는 관람객이 무려 7,000만명이 넘어 사상 최대 최고 엑스포란 평가를 받았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0년간은 후 주석의 영도 아래 13억여명이 중국인이 쉼 없이 달려온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경제의 비상(飛翔)을 통해 꿈은 현실이 됐다”고 4일 밝혔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차가 2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인민망(人民網)은 최근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인민망은 “경제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빈부격차가 너무 커졌다”며 “도시와 농촌,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간부들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도 최근 “후진타오_원자바오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차가 커지고 부패가 심해져 사회 안정의 기반인 중산층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질타했다.

당의 눈치를 보는 매체들이 이 정도니 일반인의 체감도는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지난달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중국인 3,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선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응답이 81%나 됐다. 소득과 분배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Gini) 계수의 경우 중국은 2000년 0.41이란 수치를 내 놓은 ?침묵하고 있다. 0.4가 넘으면 사회적 동요가 야기된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지니 계수가 이미 0.45를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 것은 관료들의 부정부패였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원자바오 총리 가족의 자산이 무려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부주석의 누나 등 친인척 자산이 3억7,600만달러(약 4,100억원)란 기사를 내보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일가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넘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광저우(廣州)시의 한 50대 공무원이 무려 21채의 집을 갖고 있는 사실이 폭로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 갑에 150위안(약 2만7,000원)이나 하는 고가 담배를 피우고 수천만원대 고급 시계를 찬 채 참사 현장을 찾는 지방 공무원의 사진은 네티즌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조화로운 사회의 건설을 기치로 내건 후진타오 시대에 빈부격차가 오히려 더 커지고 부정부패도 개선되지 못한 것은 정치 개혁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선 비대한 국영기업의 개혁이 우선이었으나 이미 기득권을 쥔 세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감시 받지 않고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은 썩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꼭 필요했던 당내 민주화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최고 지도자라고 하지만 자신의 정파인 공산주의청년단파가 상하이방_태자당 연합세력에 밀리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에서조차 열세에 처했던 현실도 후 주석에게는 한계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치 개혁과 민주화를 위한 제대로 된 시도조차 없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톈안먼(天安門) 사건에 대한 재평가도 없었고 민주화 인사에 대한 탄압도 지속됐다. 경제 성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환경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방치, 결국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것도 흠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자녀 정책과 반인륜적인 강제 낙태 정책을 지속하다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의 미국행을 유발한 것 역시 중화 부흥과 거리가 멀다.

당 대회를 코 앞에 두고 각 정파가 폭로전을 펴는 것은 후 주석의 리더십이 얼마나 취약했는 지 보여준다. 일각에서 후진타오 시대를 휘황한 성장의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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