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입원비 정찰제) 시행에 반발해 수술을 거부하기로 했던 결정을 철회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재구성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수술 거부를 철회하는 모양새였지만, 당초 수술 거부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던 국민 설문조사에서 포괄수가제 찬성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나 '얄팍한 쇼'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의협은 29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정몽준 의원과 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5개 질병군 수술을 일주일 이상 연기하기로 한 기존의 결정을 정몽준 의원의 중재로 철회한다"며 "그러나 포괄수가제 저지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포괄수가제 개선기획단 구성, 1년 내 포괄수가제 재평가 및 확대ㆍ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를 건정심 위원에 임명하라'는 8년 전 감사원의 권고가 실현되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건정심은 국내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의결기구로 가입자ㆍ의약계ㆍ공익위원이 각 8인씩 참여하는데 의협은 의사 수가 적어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공익위원들이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선 포괄수가제 찬성 비율이 월등히 높아 수술 거부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1.1%가 포괄수가제를 선택했고 행위별수가제 23.3%, 모름ㆍ무응답은 25.6%였다. 그런데도 의협은 "자체적으로 환자 4,000명(병원에서 서면조사) 및 시민 2,000명(모바일조사)을 조사한 결과까지 합하면 포괄수가제 반대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수술 거부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정치인을 끌어들여 건정심 재구성을 압박한 의협과, 예비대선주자로서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 나선 정 의원의 행동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의협은 국민들을 협박해 불안하게 할 때는 언제고 여론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정치인과 짜고 얄팍한 쇼를 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에 대해서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도 아닌 정 의원의 등장은 정말 뜬금없는 일이며 국민을 하찮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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