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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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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입력
2012.04.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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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명단에 20대 청년 이준석(27)씨가 올랐을 때 모두 놀랐다.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를 거쳐 미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IT전문가. 전형적인 '엄친아'이력에 청년전문가라고 감탄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 시절 친박계 유승민 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을 했고 유 의원과 아버지가 동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악한 정치낙하산'이라는 비아냥이 따르기도 했다. 비대위원으로 그는 상식적인 발언을 쏟아냈고 선거가 새누리당의 과반수 승리로 끝나면서는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과오를 지적하며 탈당을 요구했다. 과반수의 분수령이 될 2인이라 박근혜 비대위원장마저 주춤하던 상황. 9일만에 두 사람이 탈당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이준석 비대위원은 당의 이미지를 개선시킨 '청년의 소리'였다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_김형태 문대성 당선자가 탈당을 했으니 이제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건가요?

"탈당 자체로 끝날 일은 아니고 당 차원에서 책임있는 분이 의견을 밝히는 것까지 마무리가 되어야지요. 우리 당의 도덕적 기준보다는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한 도덕적 기준이 더 높잖아요. 강용석 의원 사건 때처럼 국회의원이 끼리끼리 편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한테 확실히 밝혀야 해요. 24일(화요일)까지 입당해야 전당대회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_원래 정치인이 꿈이었어요?

"2003년 하버드 대학에 지원할 때 에세이에 공대생으로 나중에는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고 썼어요. 그때 중국에 후진타오가 등장했을 때인데 중국은 전통적으로 수리 토목했던 사람이 공대생으로 마인드를 가지고 국가지도층이 됐던 경우가 많았어요. 원자바오 총리도 대홍수 났을 때 수리를 잘 다스려서 된 거고. 우리나라도 나중에 가면 이공계 출신이 업적을 쌓고 정치계로 들어가는 게 확산되지 않을까 그런 걸 지적했지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2004년 여름방학에 유승민 의원 사무실에서 2개월간 인턴을 했어요. 그런데 인턴을 해본 결론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였어요."

_왜요?

"탄핵 열풍으로 열린우리당이 150석 되고 한나라당 120석 되던 혼란기였거든요. 싸우는걸 너무 많이 본 거지요. 전투국면이 되면 중진들이 리드를 해서 보스정치 같은 걸 보거든요. 그래서 실망하고 움찔했죠. 정치는 50~60대가 되어서 전문가로 경력을 다 쌓고 행운이 겹치면 그때야 해볼만 하겠다 했지요. 그래서 8년 동안 정치 생각을 싹 끊었어요. 이번에 박근혜 위원장 제안도 정치경력이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한테 무료교육봉사를 하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 이력을 보고 온 거예요. 처음에는 박근혜 의원 전화받고도 청년특보라도 하라는 건가 싶어서 단칼에 거절했어요. 8년전 경험으로는 대표 특보는 정치낭인이거든요. 거절하고 나서 비대위원이 뭐하는 직책인가 싶어서 유승민 의원한테 문의는 드렸어요."

_50대 되어서 이공계 전문가로 다 이룬 다음에 정치를 한다고 마음 먹어놓고는 딱 그런 사람인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은 왜 저평가하는 거예요?

"그게 왜 대통령이냐는 거지요. 그 분이 국회의원으로 나왔다면 굉장히 반겼을 거에요. 안철수 교수님은 또 정당정치를 너무 불신해요. 이번 총선에서 '내가 제3신당을 구축했으면 의미있는 숫자를 구축했을 거다' 그러는데 과거를 보세요. 문국현씨도 안철수씨만큼 기대를 받는, 선한 기업인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정당 러브콜을 거절하고 독자적으로 했다가 무리수를 둔 건데 안철수씨도 지금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자기를 돕겠다는 윤여준씨나 민주당의 중진의원들, 전부 염증적으로 단절을 하시거든요. 그 분들한테 배우는 게 아니라 타도의 대상으로 볼 때 과연 정치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거지요."

_비대위 100일 동안 뭘 이야기했고 뭐가 받아들여졌어요?

"우리당 후보 중에 공인으로 부적절한 역사관을 밝힌 사람은 공천하지 말자고 이야기해서 공천위하고 싸웠지만 결국 하루 만에 그렇게 됐지요. 심신미약 장애인이 상해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원천 무효인 상법 조항이 있어요.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곽정숙 의원이 이 규정을 삭제하자고 법개정안을 냈는데 우리당은 반대가 주류였어요. 저랑 이양희 비대위원이 강력하게 이야기해서 개정하는 걸로 당론이 바뀌었어요. 19대 국회에서 개정될 거예요. 벤처기업 지원을 너무 넓고 얕게 하고 재도전 기회가 없는데 심사는 신중하게 하고 실패해도 재도전하게 바꾸고 싶어요."

_비대위에서 말했지만 안된 것도 있지요?

"지금 취업후 상환제로 거의 모든 학생이 등록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자도 저희가 2.9~1.9%까지 낮췄고 군대 간 동안에는 이자 안 내도 된다. 문제는 상환인데 기업이 대학 등록금 지원을 자녀가 아니라 본인 학자금 대출을 갚는 걸로 바꾸자고 제안했어요. 보통 대학생 자녀를 두려면 50대가 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 나이까지 직장에 있다는 보장도 없거든요. 지난 해에 삼성인가 872억원인가를 배정했지만 다 못썼대요. 그러니까 차라리 본인등록금 대출상환 지원을 조건으로 대기업이 직원을 뽑으면 근속도 보장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법제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더군요. 모든 게 정치로 다 푸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정수장학회 건도 풀고 가야 한다고 제기는 했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이사장을) 물러났고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관여를 한다면 그 동안의 발언이 무효화되는 거고 반대로 그대로 놔두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니까 딜레마에요. 최필립 이사장이 용단을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_대선캠프에는 들어갈 예정입니까?

"대선캠프에 들어간다는 것은 공동운명체가 된다는 거에요. 박근혜 위원장한테는 딱 하나, 결단력이 부족해요. 정치인은 70% 확신이 있어도 움직여야 하는데 95%를 기다리거든요. 95%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다음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 그냥 법관들이 정치하면 되지요. 경부고속도로를 지어야 한다는 결단이 필요할 때 당신의 아버지는 결단을 내렸는데. 신중하다든지 사람에 대해서 믿음의 정치를 한다는 것은 좋아요."

_언론노조 파업이나 여러 정보에 무지한 것은 문제가 안돼요?

"여당의 최고지도부에 있으면 어떻든 정보가 모이기 때문에 무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선거기간이라 연합뉴스 파업을 모른다고 한 거 아닐까요. 대선까지 가려면 2030한테 어필해야 하는데 박근혜의원이 '박정희 딸'이라는 키워드로만 평가 받으면 8개월 내 돌이키기는 힘들 거 같아요."

_이미지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에 대한 의식이나 행동이라는 실체가 문제 아닌가요?

"대선가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_벤처인 이준석은 어떻게 보내요?

"클라세스튜디오라는 회사 대표인데 자격증 문제지를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고 있어요. 2월에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는데 비대위 때문에 미뤄졌어요. 토익문제집 2만원 한다면 4,000~5,000원 정도의 전자책으로 보급하는 것인데 업데이트도 해주고 채점 결과에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받고. 4년동안 병역특례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과 친구 돈, 정부지원금 합쳐 2억으로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이틀은 여기서 밤새고 배나사에서 1주일에 40시간은 보내요. 배나사는 가르치는 사람만 400명이나 있어요. 장소는 구청이 제공하고 기업체 후원을 받아요. 아버지가 경북고 서울대를 나왔기 때문에 엮으려면 누구든 엮을 수 있겠지요. 자라면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은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었어요. 1년 선배라 부겸이형 그랬지요."

_최근 책을 펴내면서 배나사는 '참교육의 마수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 건 전교조 참교육을 반대한다는 건가요?

"아니에요. 교육봉사단체 멘토링 하는 단체들에서 참교육을 내세우면서 경쟁을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 실상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거든요. 아이들한테 맞춰주는 교육, 너 뭐하고 싶으니 하는 교육. 저는 이게 남의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봐요. 저희는 수학 문제 과학 문제 못 풀면 집에 못 가요. 수학 왜 하기 싫으니 그러면 '못해서요'가 제일 많아요. 왜 못해서를 보면 안해서거든요. 그 고리를 끊을 생각은 안하고 다른 걸 하자고 하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거든요. 배나사에 온 애들이 하위 30% 인데 '3빼기 3'을 물어보면 -6이라고 대답하는 중학생이 굉장히 많아요. 3,000원에서 3,000원을 쓰면 얼마냐고 하면 0원이라는 걸 알아요. 그런데 기호로 3-3이 되면 몰라요. 계산기가 있으니까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개념화를 못하면 평생 저평가를 받을 거라는 거지요. 배나사가 서울에 5개 경기도에 2개 대전에 1개 있는데 모두 그런 문제가 있어서 덧셈 분수 소수점 자릿수 계산, 문장제 이해를 위한 교재를 따로 만들었어요. 너 수학 못하는구나, 수학에 관심 없으면 딴 걸 해라, 그건 아니라는 거지요."

_혹시 민주당에서 제안을 받았으면 민주당으로 갔을까요?

"민주당에서 제안을 받은 적도 없지만 그랬더라도 새누리당에 갔을 탓×? 이회창 총재 들어선 이후 한나라당은 계속 한나라당인데 민주당은 열 번은 바꿨을 걸요. 이번에도 통합진보당하고 결합했는데 김진표 의원이 라디오 나와서 '연대는 잘못 됐다. 우리는 우클릭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박쥐 느낌이 많이 난다는 거지요."

_박쥐 느낌은 안 날지 몰라도 한나라당은 민간인 사찰이니 명백한 오류들이 있잖아요.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그 문제들이 덮이고 있고요.

"민간인 사찰은 당이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요. 민간인 사찰이 이번 총선 결과로 덮일 거라고 안 봐요. 앞장 서 총대를 메지는 않겠지만 시간끌기로 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KTX 민영화 같은 것은 저희가 비대위 회의때 이번 정부에서 민영화 추진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결의했고 발표도 했어요. 4대강은 찬성쪽은 수해방지효과가 있었다, 반대쪽은 환경 세굴현상 이야기를 하는데 올해 가물막이를 걷어내고 어떻게 되는지 보고 판단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언론사 파업은 분명 방송사가 편향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봐요. 결자해지라는 용어를 쓰자면 결한 사람이 풀 수 있을까 싶고. 이걸 해지할 사람은 한 두 명 밖에 없거든요. 그걸 박근혜 의원도 알고 있을 거예요. 대선가도로 들어가면 때가 됐을 때 언론파업과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 발언할 거예요."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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