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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법 개정안 끝내 외면한 18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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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법 개정안 끝내 외면한 18대 국회

입력
2012.03.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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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결국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무려 15년에 걸친 격렬한 논쟁을 거쳐 마침내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지난 주말 한 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린 이유는 정족수 미달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와 지역구 관리에 급한 대다수 의원들이 외면한 탓이다. 국민 90% 이상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돼온 약사회도 수용하기로 어렵사리 입장을 바꾼 것을 생각하면 의원들의 직무유기는 실로 기가 막힌다.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음을 인식한 법사위원장은 "(여야 합의로) 사실상 통과 된 것으로 생각하는 만큼 본회의 일정만 잡히면 직전에 통과시켜 본회의에서 처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회의 일정도 아직 잡혀있지 않은데다 다들 총선에 정신 팔린 파장 분위기에선 별로 기대할 바가 아니다. 결국 임시회기 마지막 날인 16일을 넘겨 아예 법안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토록 힘들었던 입법과정을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18대 국회는 온갖 불명예 기록이 넘쳐나는 최악의 국회로 지탄을 받아왔다. 7,000건 이상의 법안이 처리됐다고 하나 의결처리는 3분의 1도 안 된다. 더욱이 늑장국회로 출발해 공전과 파행을 밥 먹듯 해온 이력을 감안하면 의결처리조차 제대로 된 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 중에는 직권으로 일방 처리된 법안도 99건이나 된다. 이러고도 약사법 개정안을 포함해 자동폐기 위기에 놓인 법안이 6,600여건에 달한다. 대부분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법안들이다. 해머와 최루탄, 몸싸움, 직무유기 속에서 자신들의 세비 인상안은 깔끔하게 합의한 전력도 있다.

약사법 개정안 처리 지연은 18대 국회다운 마무리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법사위원장 말대로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약사법 개정안을 비롯한 여야 합의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그나마 정치권에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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