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불법도청 사건 관련 의혹에 휩싸였다. 불법 도청을 통해 취재하던 더선과 뉴스오브더월드의 최고위급 인사 부부와 수년간 사석에서 만나 승마를 즐겼기 때문이다. 특히 승마에 이용한 말까지 특혜로 대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치 권력과 유력언론의 유착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정상회의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입을 연 그는 "2010년 총리로 선임되기 전 레베카 브룩스 부부와 승마를 즐겼으며 말 중에는 라이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브룩스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영국 내 미디어 총괄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7월 뉴스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뉴스오브더월드가 정계, 연예계 인사와 테러 사망자 가족 등의 휴대전화를 도청해 취재하던 사실이 발각돼 창간 168년 만에 폐간되는 과정에서 죄가 입증돼 체포됐다.
런던경찰청 소속으로 까다로운 절차가 생략된 채 2008~2010년 브룩스 부부에게 임대돼 특혜 의혹을 샀던 말 라이사는 경찰청으로 돌아온 지 수개월 만에 급작스러운 건강악화로 숨졌다.
일부에서는 "(브룩스 부부와 승마한 사실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말을 바꾸다 결국 사실을 인정한 캐머런 총리가 뉴스인터내셔널의 조직적 불법도청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무장관 출신인 톰 왓슨 노동당 의원은 "이번 추문은 권력과 유력 미디어가 어떻게 유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해리엇 하먼 노동당 의원도 "도청이 진행되는 동안 총리가 해당 언론사 편집장 부부와 어울린 사실에 국민은 당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그러나 "사실 확인이 늦어져 오해를 산 점은 유감스럽다"면서도 "재임기간 동안 브룩스 부부와 승마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레베카 브룩스의 남편이자 칼럼니스트인 찰리 브룩스는 이튼스쿨 동창으로 30년 지기 친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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