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뤠~?" 요즘 어디를 가든 심심치 않게 듣는 유행어다. KBS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한마디로 뒤늦게 주목 받은 김준현(32)은 신설 코너 '네 가지'에서 뚱뚱한 남자의 설움을 대변하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촉수가 민감한 동료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신흥 대세'로 불린다는 그를 최근 KBS에서 만났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의 "고뤠~~~"도 점점 길고 화려해지고 있다. "원래 앞에서 상황으로 웃기고 '고뤠~'는 추임새로 넣은 것인데, 그 말을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특히 웃음에 박한 아저씨들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하자 그는 "따라하기 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하고 정색하고 나섰다가도 옆에서 뭐라고 하면 눈치를 보며 '그지이~? 안 되겠지? 사람 불러야겠다'하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거죠. 애매한 상황에서 아저씨들이 쓰는 말투잖아요.(웃음)"
'네 가지'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기밥 시키면 내 앞에 놓지마. 안 시켰어. 누굴 돼지로 아나"라며 마음만은 홀쭉한 '뚱뚱한 남자'를 대변한다. 연기와 실제가 겹치는 지점에서 묘하게 웃음이 터진다. 이 에피소드는 동료 이광섭과 식당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추가 공기밥을 앞에 놓고 간" 억울한 경험에서 나왔다. "'네 가지'는 원래 뚱뚱한 캐릭터가 없었는데 회의하고 있는 곳을 우연히 지나다가 캐스팅 당했어요. 연습실에 있다 '나 갈래. 밥 먹고 올래' 그러면서 나가는데 같이 하자고.(웃음)"
김준현은 어떤 역할을 맡든 캐릭터를 감칠맛 나게 잘 살린다. 그러다 보니 "지나가다 얻어 걸린" 역할이 많다. 지난해 여섯 살 '김준현 으어~린이'로 나온 '9시쯤 뉴스'에서도 원래 대사는 "안 놀아" 한마디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웅변하듯 말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분량이 늘었다. "빨갛게 볼터치 하고 노란 모자 쓰면서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속으로 그러기도 했어요.(웃음) 웬만한 건 다 모니터 하는데, 그건 차마 다시 못 보겠더라고요.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이렇게 말하지만 동안이라는 말에 "눈 밑에 애교살이랑 인디언 보조개 덕"이라며 찡긋 웃어 보여준다. 두 볼이 밀려 올라가면서 두 눈이 가늘어지는 것이 키 185㎝에 120㎏에 육박하는 우람한 덩치에도 앙증맞다. "워낙 잘 웃어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아유 저놈 눈웃음 살살 치는 거 봐라' 하며 귀여워해주셨다"는 그는 요즘도 집에서 '귀엽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너무 귀엽다고 애기 때부터 쭉 그렇게 부르세요. 오늘 아침에도 아버지랑 통화했는데 '귀엽아' 이러세요. 서른도 훌쩍 넘었는데 미치겠어요. 하하."
그의 아버지는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PD로도 활동하다 퇴직한 김상근씨다. "재작년 유머 책을 출간할 정도로 '한 유머' 하시죠. 제가 어릴 적에 만득이 시리즈 같은 유머를 일부러 찾아서 들려주실 정도로 유쾌하세요."
그의 연기에 진정성을 불어넣어주는 '땀'도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검도 선수 생활을 했는데,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한 애들이 땀이 많이 난대요. 땀 많은 게 집안 내력이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형 이렇게 남자 넷이 탕 같은 거 먹을라치면 어머니가 아예 수건을 어깨에 하나씩 걸어주세요."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재학 시절 아나운서를 꿈꾸던 김준현은 우연히 축제 사회를 보다 "일반인이 개그맨보다 웃긴 건 처음 봤다"는 공연 스태프의 말에 고무돼 개그맨으로 진로를 바꿨다. 2007년 데뷔해 코너의 주인공보다는 보조 역할을 주로 해왔지만 성실함과 연기력으로 주목 받았다. "요즘 많이 알아봐주셔서 힘이 난다"는 그는 "특히 동기들이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고래?' '구래?' 등 다양한 버전이 나도는 유행어의 표준을 정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고뤠~?"를 적어 보여줬다.
인터뷰 동영상 주소 http://youtu.be/qAveD0uhfMQ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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