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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동시파업 눈앞, 무엇이 문제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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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동시파업 눈앞, 무엇이 문제이길래…

입력
2012.02.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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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가 양대 공영방송의 동시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눈 앞에 두게 된 까닭은 양사 노조 모두 사장 퇴진과 공정성 회복을 파업의 목적으로 내건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임명 당시부터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이란 비판을 받았던 KBS 김인규 사장, MBC 김재철 사장의 취임 이후 일상화한 제작 자율성 침해와 공정성 훼손에 대한 구성원들의 좌절과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고 기자와 PD 등의 반발이 이어졌으나 그때마다 경영진은 징계 등 강경책으로 일관했다. 결국 정부ㆍ여당이 불편해 할 기사가 누락ㆍ축소되고 각종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다뤄온 시사 프로그램이 위축되면서 "KBS가 5공 때로 돌아갔다" "MBC는 MB씨(氏) 방송"이란 비판과 조롱을 받을 정도로 공영방송의 위상은 급격히 몰락했다.

보도의 공정성과 권력 비판이 실종된 자리를 대신한 것은 뉴스의 연성화였다.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과 측근ㆍ친인척 비리 등에는 눈감고 4대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 홍보성 기사들을 쏟아내는가 하면, 생활 뉴스 등을 전면에 배치해 9시 간판 뉴스마저 '날씨뉴스' '동물뉴스'라는 비아냥이 이어졌고, FTA 반대 촛불집회 등 취재 현장에서 기자들이 쫓겨나는 수모까지 당했다.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역시 망가졌다. KBS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강제이관과 '시사투나잇' '시사360' 폐지는 물론 친일파 미화 논란을 일으킨 백선엽, 이승만 다큐멘터리 제작ㆍ방영이 경영진의 의지로 강행됐다. 12일 방송된 '아덴만의 용사들, 밀착취재 청해부대'도 PD들이 관제 홍보 방송이라며 제작을 거부하자 외주사에 맡겨 제작했다.

MBC 역시 'PD수첩' 제작진이 2008년 4월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도 사과방송을 내보내고 제작진을 중징계 해 논란을 불렀다. 이밖에도 대통령의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 등 취재가 간부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지나친 내부 검열이 이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나선 데는 사측이 지난해 파업을 주도한 전임 노조 간부 등 13명을 뒤늦게 중징계하고 불신을 받아온 보도본부장을 바꾸면서 또 '부적격 인사'를 앉힌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남철우 새노조 홍보국장은 "조직이 커 파업투표를 결행하기 쉽지 않았으나 조합원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며 23일까지 진행되는 찬반투표에서 파업 결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장 퇴진 요구에는 양사의 중견ㆍ간부급 기자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그만큼 쉽게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여기에 사측의 강경대응까지 맞물려 이번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990년대 초반 입사한 KBS 중견기자(19~25기) 73명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 김인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17일로 19일째 이어진 MBC 파업에도 보도국 보직 부장 3명과 논설위원 등 고참기자 2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16일 '친여 편향'으로 비판 받아온 황헌씨를 새 보도국장으로 임명하자 "회사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파업 동참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파업에 앞선 기자들의 제작거부 이후 '뉴스데스크'를 15분만 방송하는 등 파행편성을 해온 MBC는 1년 계약직 전문기자를 뽑는다며 모집공고를 내고, 10명의 취재PD 채용도 진행하는 등 파업 장기화 대비에 나섰다.

KBS와 MBC 구성원들은 "과거에도 낙하산 사장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뭉갤 정도는 아니었다"며 "더 이상은 못참겠다. 사장 퇴진 때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돼 온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 문제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공영방송 사장 선임 문제도 연쇄적으로 얽히는 지금 체제로는 안 된다"며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절차 등을 개선해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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