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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큰손 쟁탈전, 이젠 형님·아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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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큰손 쟁탈전, 이젠 형님·아우도 없다

입력
2012.01.2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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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업가 김모(60)씨.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에서 동시에 ‘2012년 상반기 투자시장 전망 세미나’ 초청장을 받았다. 처음엔 ‘삼성 계열사끼리 왜 이러나’ 싶었지만, 이젠 ‘그러려니’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두 회사가 거의 매달 경쟁적으로 행사 안내문을 보내오고 있어요. 지난달만 해도 6성급 호텔형 시니어타운인 ‘더클래식500’ 견학을 비롯해 상속ㆍ유언 관련 세미나,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전시회 관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제시하더군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료 프로그램의 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니, 고객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요.”

부유층 자산관리 시장이 국내 금융권의 최대 격전지가 되면서 한 지붕 금융 계열사끼리 ‘슈퍼리치’ 빼앗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다른 금융회사)과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고객 쟁탈전을 벌이더라도 ‘식구’(계열사)끼리는 뭉치던 금융권 의리는 온데간데 없다. 부유층 선호 자산이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다, 은행ㆍ증권사ㆍ보험사 간 업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고객군(群)이 겹치게 됐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부유층(VVIP)의 가문 관리를 도와주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서비스를 내놨다. 가족 자산관리는 물론이고 자녀들 대상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및 인맥형성 지원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6개월 새 VVIP지점을 4개에서 7개로 늘리며 거액자산가 확보에 주력해 온 삼성증권입장에선 같은 식구인 삼성생명의 부유층 공략이 반가울 리 없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호텔과 고급빌딩에 특화지점을 내는 등 예탁자산 30억원 이상 부자들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 지붕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비슷한 내용의 자산ㆍ세무관리 서비스 제공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니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금융그룹 계열사 간에도 VVIP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은행이 최근 슈퍼리치를 응대하는 자산상담가(PB)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PB사관학교’ 운영에 나서자,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질세라 “역삼동 VIP강남센터에는 국내 최다인 40명의 PB가 있다”고 자랑한다. 은행은 PB의 질로, 투자증권은 PB의 숫자로 진검 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이 밖에 KB금융은 복합 점포(BIBㆍBranch in Branch)를 공유하는 은행PB와 증권사PB가 서로 견제하는 방식으로, 미래에셋그룹은 VIP 전문센터를 운영(증권)하거나 VIP전용 노후상품을 개발(생명)하는 식으로 영업 경쟁을 하고 있다.

최승희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 도곡점 팀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금융자산가들이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과 미래 수익원에 대한 금융권 고민이 맞물리면서 자산관리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며 “금융 계열사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같은 그룹에 소속된 PB라도 개별 실적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서로 라이벌”이라며 “거액자금 유치는 물론, 능력 있는 경쟁사 PB를 스카우트 해오는 것도 실적에 포함될 만큼 모든 게 점수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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