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자신의 아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한 초등학생을 집으로 데려가 훈계했다면 이 학부모의 행동은 과한 것일까. 검찰은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며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부산에 사는 학부모 A씨는 최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동급생 B(10)군이 아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등 괴롭힌 사실을 알았다. A씨는 B군을 담임교사에게 데려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뒤 B군의 옷을 붙잡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나무랐다.
이 사실을 안 B군의 어머니는 A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잘못을 훈계하고자 데려갔을 뿐이며, 담임과 B군의 어머니에게 이를 알렸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A씨의 행위와 동기 등이 형사처벌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시민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했다.
시민위원들은 활발한 토론 끝에 B군이 A씨의 아들에게 가한 욕설과 위협이 10세 아동의 언행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은 상태였다며 A씨가 B군을 훈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행위가 그 방법과 정도에 비추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불기소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검찰은 이에 따랐다.
또 다른 경우는 어떻게 판단해야 옳을까.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이 학급 학생(10ㆍ여)의 아버지 C씨가 찾아와 딸의 짝 D군을 찾았다. 담임교사가 D군을 불러내자 C씨는 교단으로 걸어 나오는 D군의 가슴을 발로 찼다. C씨는 넘어진 D군을 복도로 끌고 나가 "죽기 싫으면 무릎 꿇어!"라고 소리친 뒤 머리 등을 때리다 교사들이 제지한 뒤에야 폭행을 멈췄다.
C씨의 폭행은 전날 D군이 딸에게 욕설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원인이 됐다. D군은 C씨 딸에게 20여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이 없자 'X년' '문자 씹냐' 등 험한 욕설을 섞어가며 놀렸다. 이 메시지를 본 C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학교로 찾아간 것이다.
학교 측은 D군과 A씨의 딸이 단짝이었으나 한 달 전쯤부터 사이가 틀어져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자 담임교사가 이를 훈계했고, 양쪽 학부모에게도 알려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D군 부모는 C씨를 고소, 현재 수원중부경찰서가 C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C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D군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고 "선생님이 잘못 가르친 것을 학부모가 대신 훈계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내 행동은 일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 대학 겸임교수였던 그는 이 일로 교수직을 내놨고, 아이는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수원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 개진이 해를 넘겨 지금까지 폭주하고 있다. C씨를 두둔하는 쪽과 과격함을 지적하는 쪽의 엇갈리는 내용들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