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치부를 제보한 전 사장에 대해 청부폭행을 지시한 피죤 이윤재(77) 회장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 회장은 8일 오전 10시5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참석했다. 환자복 위에 짙은 청색 외투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이 회장은 자신의 지시로 조직폭력배에게 폭행을 사주, 구속 기소된 김모(47) 피죤 남부영업본부장이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서자 잠시 김 본부장을 바라본 뒤 안타까운 듯 고개를 떨궜다. 재판을 담당하는 임성철 형사5단독 판사는 간암으로 투병 중인 이 회장의 건강을 고려, 앉아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변론에 나선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 사장의 해임 분쟁이 언론에 보도돼 매출이 급감하고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자 이 회장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조용히 재판을 경청하던 이 회장은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임 판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는 “(내 지시에 따른) 김 본부장이 너무 안됐다. 제가 판단을 잘못해서…”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돈의 힘을 오용한 데 따른 후회의 눈물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 박모씨에 대한 심문을 끝으로 22일 결심 공판을 진행키로 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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